경북나드리열차에 올랐다. 경북 곳곳을 달리는 관광열차다. 색소폰 선율이 기차 안을 감미롭게 감쌀 때 차창 밖으로 경북의 아름다운 소도시들이 유혹했다. 어디인들 어떠랴, 그 유혹을 따라 경북의 깊숙한 매력 속으로 파고들었다. <편집자주>

ⓒ경상북도
ⓒ경상북도

‘불금’, ‘불주말’을 보내는 데는 여행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경북나드리열차는 매주 금·토·일 경북의 아름다운 지역들로 힘차게 달린다. 

열차는 총 세 가지 노선을 운행한다. 첫째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동대구역을 출발해 북부 지역으로 올라가는 ‘경북나드리열차’다. 이 노선은 칠곡군, 구미시, 김천시, 상주시를 지나 문경시와 예천군, 영주시, 그리고 봉화군의 분천역까지 연결한다. 동대구역에서 오전 9시10분에 출발하며 돌아오는 열차는 분천역에서 오후 5시20분에 출발한다. 매주 금요일 주간에 운행하는 ‘바다열차’는 동대구역에서 포항역을 왕복한다. 동대구역에서부터 경산시, 영천시, 경주시를 지나 포항시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동대구역에서 오전 8시12분에 떠나 포항역에서 오후 3시5분에 출발해서 돌아오는 코스다. 바다열차가 매주 금요일 오전에 출발한다면, ‘청도 불빛열차’는 금요일 야간에만 운행한다. 동대구역에서 경산시와 청도군을 연계하는 이 구간은 오후 6시15분에 동대구역을 떠나 오후 10시15분에 청도역에서 출발해서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이루어져있다. 

각 노선별로 출발요일과 시간, 주요 정차역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계획해야한다. 경북나드리열차 전담여행사(참조은여행사, 053-255-0533)가 운영하는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 경북나드리열차가 경유하는 주요 지역들과 연계한 다양한 관광 상품들을 판매한다. 현재는 문경, 예천, 안동, 포항, 청도 등 9개 지역 패키지 상품들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나드리열차 패키지 외에도 기차여행, 섬여행 등 여러 상품들을 판매한다. 

 

경북나드리열차로 경북 나들이

문경새재
문경새재

 

●문경
길과 도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의 ‘새재’가 붙을 만큼 높고 험한 고개였다. 그러나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교통로이자 선비들이 과거길에 오를 때 고집했을 만큼 의미가 남다른 길이다.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로는 걷기 좋은 길로 알려져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지고 있다. 6.5km의 길은 볼거리들로 풍성하다.

옛길박물관부터 생태문화갤러리, 오픈 세트장 등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특히 사극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오픈 세트장이 <태조왕건>, <광개토대왕>, <광해> 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문경새재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제1관문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세트장에는 초가집, 기와집, 왕궁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돼있다.

문경에서 또 한 가지 유명한 게 있다면, 바로 도자기다. 문경은 고려시대부터 90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도자기를 만들어왔다. 흙과 땔감, 그리고 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질 좋은 도자기가 발달하기 마련인데, 문경은 거기다 한양으로 향하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조건까지 갖췄던 것이다. 문경의 도자기는 꾸밈없고 소박하다. 주로 서민들이 사용하는 그릇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문경 도자기만이 지닌 순수하고 소탈한 멋은 문경 도자기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경새재 입구에 위치한 문경 도자기박물관은 문경 지역 도자기의 역사와 변천사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도자기의 역사와 제작과정, 도예가들의 혼이 담긴 작품 등을 구경하다보면 문경에서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가게 된다.

포항 호미곶
포항 호미곶

●포항
파도치는 둘레길을 따라서


포항 여행 필수코스에서 호미반도 둘레길을 빼놓는다면 섭섭하다. 전국 여러 곳에 둘레길이 있지만, 포항의 호미반도 둘레길은 특히 동해바다와 파도가 치는 풍경을 바로 옆에서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해안변 지형지물과 백사장, 군초소 이동로 등을 이용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인공구조물인 데크로드는 절벽처럼 길이 나있지 않은 곳에만 제한적으로 설치돼있다.

호미반도 둘레길은 총 4가지 코스가 있고, 코스당 평균 6.1km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1코스인 연오랑세오녀길은 상륙훈련장과 청룡회관 등을 연결한다. 3코스인 구룡소길에서는 천년기념물인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구경할 수 있다. 4코스인 호미길을 따라 걸으면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호미곶 해맞이광장과 마주하게 된다. 둘레길 코스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길은 두 번째 코스인 ‘선바우길’이다. 선바우길은 동해면 입암리에서 흥환해수욕장을 지나 흥환어항까지 연결된다. 이 구간을 걷는 동안 하선대, 검등바위, 장기목장성비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청도 와인터널 ⓒ한국관광공사
청도 와인터널 ⓒ한국관광공사

●청도
우리 와인길만 걷자

 
청도의 와인터널은 청도 여행의 꽃이다. 청도군 화양읍에 위치한 와인터널은 오랫동안 폐쇄되어 방치되다가 2006년에 와인 저장고로 사용되면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터널 내부는 1년 365일 온도 15℃, 습도 60~70%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와인 숙성에 최적의 조건인 셈이다. 이토록 좋은 조건 덕분에 5만병이 넘는 와인들이 터널 내에 저장 및 숙성되고 있다. 시원한 실내 온도 때문인지 여름에는 유독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터널 내부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좋다.

또 와인터널에서는 청도의 특산물인 청도반시로 만든 와인과 감식초를 판매한다. 청도반시는 씨 없는 감으로 알려져 있는데, 육질이 연하고 당도가 높아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청도반시로 만든 맛좋은 와인 또는 식초 한 병은 청도 여행의 기념품으로도 딱이다.

와인터널은 훌륭한 출사지이기도 하다. 그만큼 곳곳에 사진 스폿들이 널려있다. 터널의 도착지에 다다를 즈음 나타나는 소원종이들과 터널 끝에 심어진 분홍빛 LED 장미들이 대표적이다. 경북나드리열차는 매주 금요일 밤마다 청도로 향한다. 이번 주말, 야간열차를 타고 와인과 함께 청도에서 ‘불금’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글=곽서희 기자·사진=여행신문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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