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여행사 대표<br>​​​​​​​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대표
​​​​​​​장영복

적도와 가까운 발리, 탄자니아, 페루의 여행 적기는 언제일까요? 
여행관계자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대다수는 한국의 겨울에 해당하는 12월과 1월이 최적기라고 대답했다. ‘동남아시아의 발리,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남미의 페루 등은 당연히 12월과 1월에 여행을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공식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인 7, 8월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좋다. 여행업 관계자들조차도 잘 알지 못하니, 일반 여행자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말한 적도 주변에 위치한 지역들이 겨울에 여행하기 좋다고 알려져 있는 이유는 북반구의 여름인 7, 8월에는 온도가 높고 습한 반면, 북반구의 겨울인 12, 1월에는 온도와 습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여름과 겨울은 어느 곳을 기준으로 본 것인가? 북반구에 사는 우리를 기준으로 생각한 것이다. 위의 지역들이 적도 남쪽에 위치하고, 적도 남쪽의 여름과 겨울은 북반구와 반대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적도 바로 밑에 위치한 남반구 나라를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건기, 즉 남반구의 겨울인 7, 8월이다. 2월은 페루의 잉카트레일에서 관광객을 받지 않는 안식월이기도 하고, 인도네시아의 발리는 우기로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리고 습도가 70~80%에 달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떠나는 여행은 쾌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탄자니아는 8월이 최고의 날씨이지만 여행 시기를 정할 때 여행객 대부분이 사파리투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파리투어를 위해서는 탄자니아의 건기인 9, 10월을 피해야 한다. 사파리투어는 최대한 많은 동물을 봐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비가 내려 생긴 웅덩이 주변 등 동물들이 먹이와 물을 찾아 모여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사바나의 동물들은 항상 같은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먹이를 찾아 비가 내려 풀과 웅덩이가 풍성하게 형성된 지역으로 향한다. 탄자니아의 건기인 9, 10월에는 동물들이 물을 찾기 위해 국경을 넘어 케냐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풍족한 사파리를 즐길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겨울 휴양지로 많이 찾는 태국도 무조건 12, 1월이 여행 최적기는 아니다. 계절풍, 즉 몬순의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푸켓이 위치한 태국 서부 해안가는 7, 8월에 몬순의 영향을 받아 상당한 비가 내리기 때문에 12, 1월에 가는 것이 좋다. 반면, 코사무이가 위치한 동부 해안가는 11월에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리고, 7, 8월에는 강수량이 적다. 동남아의 몬순 시기에는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지만, 한 번 내릴 때 시간이 짧기 때문에 여행 내내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수와 바람으로 인해 파도가 높아지거나 해수면이 상승하여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제한될 수 있으며, 흙탕물의 유입과 파도에 의한 부유물 상승으로 맑은 바닷물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외국의 많은 여행 업체들은 12, 1월 기준 6개월은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서쪽해안인 안다만(푸켓) 쪽으로, 7, 8월 기준 6개월은 동쪽해안인 태평양쪽(코사무이)으로 여행루트를 짜는 공식이 있다.  


적도를 기준으로 여름과 겨울이 반대인 것처럼 대륙성기후와 해양성기후에 따라 위도와는 다르게 온도차가 나는 경우도 많다. 7, 8월에는 치앙마이 같은 태국 북부가 시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반대로 남부의 해양성 기후의 파타야, 코사무이 같은 해안가가 기온이 낮아 비교적 쾌적하다.


이처럼 각 지역의 여행 최적기를 정할 때는 다양한 날씨 공식이 필요하며, 이 공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우리의 겨울에 따뜻한 나라를 여행하는 공식은 바뀔 필요가 있다. OTA의 확장으로 중소 여행사의 입지가 줄어들고, AI의 발달로 미래 여행사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AI가 건드리지 못하는 여행의 감성적 포인트 또는 날씨와 같은 디테일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10년 전 이어령 박사가 선언한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가 바로 중소여행사가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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