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5,000만명 규모로 확대 전망
대내외적 리스크 해소되면 손쉽게 달성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과연 언제쯤 인·아웃바운드 5,000만명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대내외적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당장 2020년에라도 5,000만명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여행산업을 둘러싼 2020년의 주요 변수와 전망을 살폈다.<편주>    

●2020년대로 넘어온 숙제


2019년 방한 외래객 수는 1,75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내국인 출국규모는 2018년과 비슷한 2,870만명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아웃 4,620만명 수준에서 2010년대를 마무리하고 5,000만명 시대 진입은 2020년대의 숙제로 넘어온 셈이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합한 우리나라 여행산업 규모는 2010년 2,000만명 시대를 연 데 이어 2014년에는 3,000만명, 2018년에는 4,000만 시대를 열었다. 이제 관심사는 과연 언제쯤 5,000만명 시대로 진입하느냐이다. 2019년 여행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위기요인만 해소된다면 2020년에라도 5,000만명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2019년 방한 외래객 최다 유치의 기세를 몰아 2020년 방한 외래객 유치 목표를 2,000만명으로 설정했다. 일단 긍정적이다. 사드 갈등 이후 침체됐던 중국 인바운드 시장이 2019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 것은 물론 2020년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사드 갈등 이전의 거침없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서다. 여기에 최근 2~3년 동안 시행한 인바운드 시장 다변화 정책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방한 외래객 2,000만명 달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요소다. 


●한일 관계부터 비핵화 협상까지 ‘산적’


아웃바운드 부문의 최대 변수는 ‘일본 보이콧’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2019년 7월부터 시작된 일본여행 불매 운동은 아웃바운드 경기 침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방일 여행 수요 급감에 따라 전체 출국자 수도 8월에 마이너스 성장률로 전환되더니 11월까지 4개월 연속 역성장하며 아웃바운드 부문 전체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 보이콧 사태로 2019년 방일 한국인 여행자 수는 2018년보다 약 200만명 적은 550만명 수준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일 여행자 수가 2018년 수준만 유지했어도 우리나라 전체 출국자 수는 사상 최초로 3,000만명을 돌파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시장 회복은 5,000만명 시대 진입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다행히 2019년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다소 누그러진 제스처를 보임에 따라 양국 관계 개선과 이에 따른 양국간 관광교류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한-일 관계 개선은 우리나라 아웃바운드 부문에는 물론 일본인들의 방한여행 심리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바운드 부문에 끼치는 파급력도 크다.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양국 관광교류가 정상화된다면 인·아웃 5,000만명 시대 진입을 위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 리스크’도 5,000만명 시대로 가는 길목의 간과할 수 없는 중대 변수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2019년을 마무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북한 제재 완화 방안이 논의되고 6자회담 틀을 다시 가동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 합의 이행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영국의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 홍콩 시위 사태의 향방, 12월 미국 대선 등도 2020년 여행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대표적인 대외 변수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4월 총선도 일시적으로 여행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가지 국내외 여건을 감안했을 때 2020년 상반기는 여행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아 위축된 행보를 보일 수도 있지만, 대내외 리스크가 큰 악재로 발전하지 않고 적절한 방식으로 해소된다면 하반기부터는 빠르게 활기를 띨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항공수요·유가·환율 전망 ‘맑음’


항공업계의 2020년 수요전망은 일단 나쁘지는 않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0년 세계 항공업계가 2019년의 259억 달러(29조9,270억원)보다 많은 293억 달러(33조8,5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11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2019년 11월 예측했다. 항공업계의 2020년 전체 매출은 2019년(8,380억 달러(967조8,900억원))보다 4% 증가한 8,720억 달러(1,007조6,000억원)에 이르고, 여객 수도 2019년의 45억4,000만명보다 4% 증가한 47억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2020년에도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IATA는 2019년 평균 원유가격이 세계 경제 둔화 탓에 전년도 수준(브렌트유, 배럴당 71.60 달러)보다 낮은 배럴당 65달러에 머물렀는데, 2020년에도 원유공급이 풍부하고 재고도 많기 때문에 2019년보다 더 낮은 배럴당 63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IATA 알렉산드로 드 주니악 CEO는 “세계 경제상황은 2019년 바닥을 찍고 2020년에는 좀 더 개선될 것”이라며 “2020년의 최대 의문점은 운항 정지된 B737맥스 기종이 예정대로 서비스를 재개하고 항공기 인도도 이뤄졌을 때 항공 공급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12월17일 발표한 ‘2020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을 통해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 경제 개선을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세계 경제는 2019년에 비해 개선되겠지만 그 강도는 미약할 것이며,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의 반등 폭 미약과 공급 누적 등으로 2019년의 하락세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제 여건도 “2019년 대비 소폭 반등하겠지만 미약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세계 경제 흐름과 비슷할 것으로 점쳤다. 


환율을 두고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2020년 원/달러 환율의 경우 ‘달러의 완만한 강세’ 또는 ‘약보합세’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구간으로 살펴보면 1,100∼1,2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미국의 호황이 2020년에도 유지될 전망이어서 급격한 달러화 약세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달러화는 약보합세, 유로화는 강보합세, 엔화 및 위안화는 강세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출국자 3,000만명에 걸맞은 관광정책


인·아웃 5,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정부 관광정책 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웃바운드 부문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문화·관광 인사이트 141호(2019년 12월12일자) ‘2020년대 국민관광을 논하다’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국외여행 규모가 2010년 1,249만명에서 2018년 2,870만명으로 2.3배 증가했고, 2020년대에는 3,000만명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2020년대의 관광정책은 국외여행 부문도 포함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내국인 출국자 수가 연간 3,000만명대로 진입하면 총량 기준으로 전체 국민의 과반수가 해외여행을 하는 ‘해외여행 대중화’ 시대가 된다는 점을 들어, 여행안전에 대한 지원 강화와 관광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인-아웃바운드 부문간 선순환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아웃바운드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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