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rain 서해금빛열차타고 떠나는 낭만가득 보령 나들이] 당일 中

성주산 자연휴양림
성주산 자연휴양림

산이야, 바다야? 취향을 물을 때 짜장면 대 짬뽕에 버금가게 흔히 하는 질문 중 하나지만, 보령 여행에선 이런 물음도 별 의미 없다. 산이든 바다든 취향껏 모두 즐기면 되니까! 대천해수욕장에서 약 16km. 차로는 30분 거리에 위치한 성주산 자연휴양림에는 여전히 가을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11월 초, 너무 늦게 왔지 싶었는데 오히려 제철이었다. 가을엔 단풍이 장관이지만,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계곡이, 겨울엔 설경이 그렇게 빼어나다는데. 어느 계절에 왔더라도 후회 없는 발걸음이었겠다. ‘성주산에 오셨으니 편백나무 숲을 보셔야지요.’ 하산하던 등산객 아주머니의 말에 그만 꿈뻑 넘어가버렸다. 친절한 표지판 덕분에 출발한지 20여 분도 안 되어 편백나무 숲에 도착했다. 산책로 곳곳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비(詩碑)들이 낭만을 더해주어 걸음이 유달리 가뿐했다. 모난 돌 하나 없이 잘 닦인 길도 한 몫 했다. 


편백나무 숲은 공기부터 달랐다. 높이 40m, 지름 2m에 달하는 휴양림의 편백나무는 가히 성주산의 명물이라 불릴 만 했다. 나무들이 병균과 해충, 곰팡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뿜어내는 살균물질을 피톤치드(Phytoncide)라 하는데, 편백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이 피톤치드를 배로 많이 뿜어낸다고 한다. 그래서 편백나무의 별명이 ‘피톤치드의 왕’이라고. 어쩐지 공기가 달콤하다 싶더라니. 모호했던 느낌엔 명백한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향만 좋은 게 아니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고 강력한 향균 효과가 있어 인간의 면역기능을 증대시킨다고 한다. 특히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 치료에 뛰어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쯤 되면 걷기만 해도 보약, 맡기만 해도 몸보신이 되는 편백나무 숲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피톤치드가 특히 많이 배출되는 골든타임이라 하니, 시기 맞춰 온다면 숲을 배로 즐길 수 있겠다.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 사이로 걸음을 늘어뜨려 가만히 산책했다. 해묵은 근심과 걱정들조차 은은해진다. 손끝에 스치는 바람은 서늘했지만 마음의 열도는 따스히 유지됐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하산하며 입구 앞에서 먼지털이 기계로 신발을 털었다. 깨끗해진 신발로 관광버스에 올랐다. 어깨에 낙엽이 묻으셨네요, 하는 버스기사의 한 마디에 알았다. 어깨에 묻은 여운까지 털진 못했다는 걸.

 

글·사진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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