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대표
유경동 대표

호텔산업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자국민의 이동이 활발한 국가들이 주도해왔다. 경제 대국인 미국, 자본의 축적과 계층, 계급의 구분이 확실했던 유럽의 선진국들이 오래 전부터 호텔산업에서 강세를 보였다. 현 시대에서는 자기자본의 부동산보다 축적된 호텔 경영기법과 브랜드 파워로 각국의 자본 또는 부동산 소유주와 결합해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렇게 유럽의 아코르와 미국의 힐튼, 하얏트, 매리어트는 세를 넓히고 호텔산업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깨지지 않을 아성처럼 보였다.


그런데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지형이 바뀌고, 고객의 소비취향과 행동양식 등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호텔산업에도 이단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진원지는 엄청난 인구를 보유한 중국과 인도다. 중국 입장에서는 눈앞에 빤히 보이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급증세를 놓치기 싫었을 것이다. 트립닷컴이 생겼고, 알리페이도 플리기(Fliggy)라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호텔만큼은 중국에게도 쉽지 않았다. 중국의 호텔산업은 기존 글로벌 호텔 체인과 견줄 중국 고유 호텔 브랜드의 탄생에 목말라 했지만 짧은 호텔 업력과 전문 인력의 부족, 전 세계인들의 중국 브랜드에 대한 저평가 때문에 쉽지 않았다. 대신 중국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서방의 거대 브랜드들이 만들지 못 한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AI와 로봇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플라이주(Flyzoo) 호텔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다. 


인도는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인구는 많지만 해외여행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은 인도는 기술적인 접근을 통행 호텔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인 개발자가 없으면 실리콘밸리도 안 돌아 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우수한 개발자가 포진된 인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호텔 시스템 분야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 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도의 젊은 개발자들은 호텔의 시스템 시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어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야놀자가 인수한 호텔PMS 메이커 이지 테크놀로지(Ezee Technology)는 인도 시골마을에서 2명의 개발자가 만들어낸 회사이며, 세계적인 호텔 테크놀로지 회사인 레이트(Rate Gain) 역시 인도 회사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호텔 시스템 회사 eRevMax 역시 개발파트는 인도에서 담당하고 있다. 인도의 호텔 시스템 사업이 성장하면서 수많은 호텔을 시스템으로 연결해 중앙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좋겠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오요 호텔(OYO Hotel)이 탄생했다. 


반면 한국은 호텔산업의 변방이다. 시장은 좁고, 대기업 중심의 유명 호텔 브랜드들은 시스템화에 겨우 눈을 뜨기 시작한 정도다. 중소 호텔들은 부동산 개발의 한 방식으로만 호텔을 볼 정도로 시야가 좁다. 호텔  시스템 관련 업체들은 여전히 영세성과 국내 한정상품만을 고려하고 있으며 해외진출의 성과도 아직은 미미하다. 호텔을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의 호텔 산업변화에 둔감한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중국과 인도는 가만히 먼 산만 바라보고 있던 우리 호텔산업에 소중한 조언을 던졌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는 향후 한국과 북한의 경제적 연동구조는 세계의 경제흐름을 변화시킴과 동시에 유럽 여행객들의 동선을 바꿔 버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북한은 자원개발 상황과 관광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며 대규모 리조트와 산업단지 내의 호텔 건설에 적극적이다. 이미 한국이 확보한 우수한 시스템 개발 능력, AI, 초고속 인터넷, 그리고 새롭게 부상한 한국문화의 파급력 등은 우리 호텔산업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갖춰진 특급 인프라다. 평양의 유경호텔과 양강도호텔에 한글로 작동되는 우리나라 호텔 시스템이 보급되고 평양과 서울, 부산에 유럽의 젊은이들이 고속열차에 몸을 싣고 철도여행을 즐기는 시대는 이제 꿈이 아니다. 


우리의 호텔산업만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부진을 털어낼 수 있다. 향후의 변화는 우리 편에 서 있다. 지금은 호텔이 건물만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아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이 호텔의 선진국이 될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췄지만 지금 같은 낡은 시각으로는 우물 안에 갇혀 있을 뿐이다. 한국이 호텔 선진국이 된다, 그렇게 믿고 시각을 넓혀야 한다.

글 유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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