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속 오후의 후쿠오카
카메라 속 오후의 후쿠오카
  • 곽서희 기자
  • 승인 2020.02.03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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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은 오호리 공원의 호수 앞에서 무력해진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은 오호리 공원의 호수 앞에서 무력해진다

찰칵. 또 연이어 찰칵. 연신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댔다.
후쿠오카의 순간들을 고이 접어 보관해 두겠다는 욕심은, 그래도 꽤나 유용한 착각이었다.

 

●괜스레 파스텔톤 자전거를 타고 싶던 날

그간 참 넉넉하지 못했다. 마음도, 무엇도. 시간을 다투며 지냈고 남과 나에겐 박했다. 후쿠오카의 오호리 공원은 반대였다. 한없이 너그러웠다. 

오호리 공원은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오호리 공원은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경기를 앞둔 두 선수 휴식의
경기를 앞둔 두 선수 휴식의

날씨부터 그랬다. 후쿠오카에서 연중 가장 추운 1월이었건만, 입김 대신 늦가을 같은 공기만 피어올랐다. 모든 건 여전히 그대로였다. 나뭇잎, 호수, 땅 틈새에 피어난 작은 풀씨까지. 학생들은 달리기 연습을 하고 아이들은 몇 번이고 내려올 미끄럼틀을 다시 올랐다. 흙냄새 맡기 바쁜 강아지는 자꾸만 주인 발걸음에 쉼표를 찍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 마음 내킬 때면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는 곳. 생각해 보면 오호리 공원은 늘 그랬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파편처럼 흩어졌던 저마다의 일상들이 여기 한데 모이곤 했다. 

휴식의 모습은 다양하다
휴식의 모습은 다양하다

2km의 산책길은 금방이었다. 호수 주변에 심어진 3,000여 그루의 버드나무를 하나하나 손으로 짚다 보니 매캐했던 기분이 씻겨 갔다. 공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호수는 5월 초순 즈음엔 더 옅은 하늘색으로 변할 터였다. 그 옛날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구덩이를 파 연못을 만든 게 후쿠오카 시민들의 사랑 받는 쉼터가 됐다니. 그때나 지금이나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것들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맛있는 건 아껴 뒀다 꼭 나중에 먹는 버릇처럼, 자전거 대여는 맨 마지막으로 남겨 뒀다. 공원의 대부분이 평지라 날 좋은 오후에는 두 발보단 두 바퀴가 낫다. 괜스레 유치한 색이 탐난다. 호수색과 깔맞춤 한다는 명목으로 고른 파스텔톤의 자전거 핸들엔 무지개색 솔이 달렸다. 따르릉, 페달이 가볍다.


●빵.알.못도 반해 버린 
후쿠오카 빵집로드

한국인은 밥심이지, 빵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그런데 후쿠오카는 취향도 바꿨다. 빵.알.못도 반해 버린 후쿠오카의 앙꼬 같은 빵집들을 소개한다. 작은 베이커리부터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폿까지, 마음껏 골라 보자. 당신의 취향도 바뀔지 모르니.

자그마한 동네 빵집
우팡 베이커리

한적한 주택가. 고요함만 흐르는 길목에 작은 빵집이 빼꼼히 들어섰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아담하다. 사람 한 명 서 있기만 해도 꽉 차는, 자그마한 공간은 빵 냄새로 그득하다. 간간히 동네 주민들만 작은 실내를 채웠다 이내 자리를 뜬다. 너도나도 벌꿀크림빵과 피넛버터빵이 담긴 빵 봉지를 달랑달랑 손목에 걸고. 가격은 200엔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정확히 반비례다. 하얀 봉지에 포장된 빵을 꺼내 본다. 달달한 크림과 고소한 땅콩 맛이 보풀처럼 혀에 오돌도돌 돋아난다. 식빵 모양의 간판은 우팡 베이커리의 시그니처다. 
주소: 3 Chome-7-16 Ogusu, Minami Ward, Fukuoka
영업시간: 월·화·목·금요일 11:00~18:00, 토·일요일 11:00~16:00(수요일 휴무)
가격: 벌꿀크림빵, 피넛버터빵 200엔

다락방에서 오후의 휴식
모로팡

바깥에서부터 빵 냄새가 솔솔. 지나치려다가도 문득 돌아보게 만든다. 사람 사는 집인가 했더니, 빵집이다. 옛 주택을 개조한 모로팡의 매력은     2층에 있다. 삐걱이는 나무 계단을 조심조심 오르면 작은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다락방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넓지 않은 공간에 창이 무려 네 개다. 오후 3시, 햇살 듬뿍 들어오는 시간이라면 더욱 좋겠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인기 있는 빵들로 담아 왔다. 빵 한 입에 밀크티 한 모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자세를 고칠 때마다 들리는 나무의자 소리. 오후의 휴식은 모름지기 이런 것이다.
주소: 1 Chome-17-5 Takamiya, Minami Ward, Fukuoka
영업시간: 7:00~17:00(월·일요일 휴무)
가격: 각종 빵 200엔대

온리 쉬폰 케이크
마리에

한 가지에만 올인했다. 마리에는 쉬폰 케이크 전문점이다. 한 우물만 파는 이들이 으레 그렇듯, 마리에는 그 하나를 ‘제대로’ 한다. 쫄깃한 식감의 타피오카 쉬폰이 인기 메뉴지만, 어쩐지 바나나 맛이 끌린다. 햇빛 드는 1인석 자리를 점하고 뭉텅, 쉬폰을 한웅큼 뜯었다. 보송보송한 아기 엉덩이처럼 부드럽다. 첫 맛에 바나나향이 훅 치고 들어오더니, 은은한 홍차맛으로 마무리. 달지 않아 좋은데, 참 헤프다. 몇 번 뜯어 먹으니 금세 사라졌다. 다음 방문을 기약할 딱 좋은 변명이 생겼다.  
주소: 3 Chome-17-17 Ogusu, Minami Ward, Fukuoka
영업시간: 10:00~17:00(월·화요일 휴무)  
가격: 쉬폰 케이크 680엔부터

콩고물의 강력한 유혹
아망다코탄

이른바 콩고물, 그 포슬포슬한 가루가 뭐라고 사람 마음을 들뜨게 한다. 콩고물이 잔뜩 묻은 팥빵은 아망다코탄에서 꼭 먹어 봐야 할 ‘빵킷리스트’ 중 하나다. 달콤한 팥이 아낌없이 들어간 빵만으로도 충분한데, 겉면엔 고소한 콩가루가 야무지게 발라져 있다. 크게 한 번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빵이 활짝 핀다. 입가에 묻은 가루까지 혀로 쓱 핥아먹고 나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출 길이 없다. 달달한 팥빵 뒤에는 바삭하고 짭짤한 명란바게트로 입가심. ‘단짠’의 조화는 만국공통의 진리다. 
주소: 3 Chome-7, 6Ropponmatsu, Chuo Ward, Fukuoka
영업시간: 10:00~18:00(수요일 휴무)  
가격: 콩고물 팥빵 240엔, 명란바게트 390엔

빵인 듯 버거인 듯
그라티에

카레는 밥에 먹어야 제 맛이지. 이유 모를 오랜 고집에 카레맛 ‘OO’은 덮어놓고 싫어했다. OO에는 우동도, 과자도, 심지어 치킨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 빵이 난데없이 들어섰다. 문제는 정말 맛있다는 것. 그냥 카레빵도 아니고, 무려 ‘와규카레빵’이다. 이래 봬도 그라티에의 최고 인기 메뉴다. 잘게 다진 소고기와 부드러운 카레가 쫄깃한 빵과 적절히 어우러졌다. 마치 질 좋은 패티와 감칠맛 나는 소스가 듬뿍 뿌려진 먹음직스러운 수제 버거 같다. 속는 셈 치고 먹었다지만, 이런 맛이라면 열 번도 더 기꺼이 속고 싶다. 옹졸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자동적으로 계산대 앞에 다시 섰다. “와규카레빵 하나 더요.” 
주소: 4 Chome-1-31 Hakataekiminami, Hakata Ward, Fukuoka
영업시간: 7:00~19:00(월요일 휴무)  
가격: 와규카레빵 240엔


●나를 모르고 내가 모르던 카페

여행의 묘미는 낯섦에 있다. 나를 모르고 내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것. 들어서자마자 한국어 메뉴판을 내미는 가게나 SNS에서 익히 보아 익숙한 카페들로부터 탈출하고 싶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존재가 되는 카페들을 발굴했다. 낯설지만, 그렇기에 또 반갑다.

어느 주말 오후에
카페 마루고

밥은 먹었고, 별다른 약속도 없는 날. 사람 없는 동네 카페에서 노닥거리고 싶은 일요일 오후. 그런 날 방문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보다 더 깊을 수 있을까 싶은 아주 짙은 검은색이 예쁜 잔에 담겨 등장한다. 에티오피아 커피다. 융드립으로 한 잔 한 잔 정성스럽게 내렸다. 진한 색 안에는 맑고 깨끗한 맛과 놀랍도록 풍부한 향이 숨어 있다. 짝궁인 치즈케이크는 너무 진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다. 딱 한가로운 주말 오후처럼. 
주소: 2 Chome-10-23 Yakuin, Chuo Ward, Fukuoka
영업시간: 10:00~20:30
가격: 에티오피아 커피 610엔, 치즈케이크 380엔

마스터의 손끝에서
카페 테논

숲, 그것도 인적 드문 아주 깊은 숲속 한가운데 들어온 느낌이다. 카페 테논은 온통 나무다. 문, 탁자, 의자, 벽, 심지어 바닥까지도. 나무향은 커피향과 묘하게 섞였다. 쪼로록 커피 따르는 소리, 커피잔과 컵받침이 부딪히는 소리, 혼자 온 손님과 마스터가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는 소리만이 작은 실내를 감싼다. 커피에는 정성이 깃들었다. 직접 간 얼음 조각에 커피콩도 모양 예쁜 것들로만 세심히 골랐다. 아이스커피에는 우유가 들어가 고소한 맛을 더하고, 부드러운 카페오레는 목 넘김이 좋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한 이들에게 테논은 훌륭한 도피처다.
주소: 4 Chome-12-10 Shiobaru, Minami Ward, Fukuoka  
영업시간: 11:00~20:00
가격: 커피 600~700엔대

나도 마리 앙투아네트
파티시에 자크

마음이 진자운동을 한다. 저기로 갔다, 또다시 이쪽으로 온다. 전부 다 맛있어 보이니 선택장애가 올 따름. 어렵사리 고른 케이크는 맛있는데 예쁘기까지 하다. 초코 쉬폰과 딸기잼이 들어 있는 피스타치오 케이크는 호불호가 없을 맛이다. 딸기로 장식된 ‘마리 앙투아네트’ 케이크에는 쌉싸름한 페퍼민트 밀크티가 제격이다. 고급스러운 식기에 클래식 음악이 더해진다. 오늘만큼은 나도, 마리 앙투아네트다. 
주소: 3 Chome-2-1 Arato, Chuo Ward, Fukuoka
영업시간: 10:00~18:00(월·화요일 휴무)  
가격: 페퍼민트 밀크티 690엔, 케이크 500엔대

밤 열두시의 카페
마이크 코메르시

야심한 밤. 이자카야에서 사케로 목을 축이고 2차로 달달한 게 당길 무렵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스터가 반긴다. 자정까지 운영한다는 말이 듣기 좋은 차분한 음악과 함께 울려 퍼진다. 새빨간 딸기를 지나칠 순 없지. 코코넛이 이따금씩 씹히는 딸기 생크림케이크는 따뜻한 밀크티와 궁합이 좋다. 와인과 맥주도 판매하니 한 잔 더 하고 싶을 때 찾아도 좋겠다. 
주소: 1 Chome-14-18 Yakuin, Chuo Ward, Fukuoka
영업시간: 월·수~토요일 13:00~ 00:00, 일요일 13:00~22:00(화요일 휴무)
가격: 밀크티 650엔, 딸기 생크림케이크 450엔


Airline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이다. 비행시간 약 1시간 25분. 영화 한 편도 채 못 봤는데 금세 도착이다. 매일 17편 이상의 직항편이 운행 중이다. 부산항에서도 배를 타고 3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다. 

Weather
겨울은 후쿠오카를 여행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서울의 초봄 또는 늦가을 날씨. 우리나라 겨울을 생각해서 패딩을 들고 가면 짐만 되기 일쑤다. 스웨터에 코트 정도면 오케이. 

Hotel
야오지 하카타 호텔

후쿠오카 시내의 중심, 하카타역에서 도보로 고작 10분 거리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호텔 1층에 대욕장도 있으니,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이만한 숙소도 없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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