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사
IT Travel 칼럼니스트

업계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미팅을 하다 보면 종종 서로 간의 용어 정의가 달라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여행업계에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온라인 비즈니스와 관련된 몇 가지 용어의 개념과 그 사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여행업계에서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을 살펴보자.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전적 의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여 상호 작용하는 공간으로 서로가 가치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를 뜻한다(마셜 밴 앨스타인 외, 「플랫폼 레볼루션」). 흔히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검색엔진 혹은 중개자 역할의 비즈니스 형태만을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실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특히 여행업계에서 항공권을 판매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예로 가장 쉽게 떠오르는 사례는 네이버나 스카이스캐너와 같은 회사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항공사인 공급사와 여행사인 소비자가 모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GDS 회사인 아마데우스나 세이버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전적 개념을 좀 더 확장하면 종합 여행사 또는 OTA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에 포함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형태를 나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온라인 항공권 판매 관점에서 보자면 플랫폼의 형태는 마켓 플레이스 또는 메타 형태로 나눌 수 있겠다. 마켓 플레이스 플랫폼이란 단어 그대로 어떤 ‘시장’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장’으로써의 역할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용’을 통한 ‘거래’일 것이다. 이를 위해 마켓 플레이스 플랫폼 운영자는 온라인상에서 적합한 판매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다양한 결제 수단을 통해서 상품의 판매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메타 서치 플랫폼의 경우, 소비자가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도록 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예를 들어 최저가 항공권을 찾는다면 다양한 여정이 조합된 항공권을 보여준다거나 혹은 할인율이 높은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는 여행사를 찾아주는 것이다. 실제 플랫폼 안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검색 결과를 통해 해당 판매 웹사이트로 넘겨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메타 서치 플랫폼은 스카이스캐너, 네이버, 구글 등이 될 수 있겠고, 마켓 플레이스 플랫폼은 익스피디아, 트립닷컴과 같은 OTA 항공권 판매 회사들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온라인 비즈니스 운영 역시 Agency(에이전시) 또는 Merchant(머천트) 모델 중 그 선택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Agency 모델은 단어 그대로 중개인의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품 판매 및 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 소재 부담이 적은 반면 가격의 운영 폭이 작고 타상품과의 결합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Merchant 모델은 직접 제품의 판매자가 되기 때문에 책임이 크고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다양한 상품 판매와 동시에 유연한 가격 전략 운영이 가능하다. 항공권 판매 관점에서 보면 항공권만 판매하는 경우에 Agency 모델이 적용되며 패키지 상품 판매를 위해서는 Merchant 모델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맥락에서 항공권의 운임(Fare) 타입도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적용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권의 Fare는 GDS 상에서 Agency 모델의 경우 Published 운임이 적용되고 Merchant 모델의 경우에는 Net 운임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패키지를 운영하는 경우, Net 운임을 통해 호텔 또는 기타 액티비티 요금이 합쳐진 전체 상품의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패키지에 구성된 각 상품 모두에 대한 리스크 관리 또한 필요하다.


이렇듯 개념을 정리해 보면서 왜 사람들이 항공권 메타 서치 회사만을 플랫폼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메타 서치 플랫폼은 다양한 판매자를 한 공간에 모아두고 저렴한 가격을 찾는 소비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플랫폼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메타 서치 플랫폼은 항공권의 가격 외에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에 한계성을 갖는다. 2020년에는 단순한 항공권 가격비교가 아닌 항공사의 전체적인 상품을 입체적으로 비교해줄 수 있는 보다 진화된 메타 서치 플랫폼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글 양박사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