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여행업계를 순식간에 사지로 몰아가는 듯하다. 국내 토종 여행사, 스타트업, 글로벌 OTA 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전체에 곡소리가 흐른다. 


설 연휴 이후 약 열흘 사이 주요 여행사들은 수만 건에 달하는 취소를 처리하느라 혼이 났다.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하던 소규모 여행사들의 낯빛도 어둡다. 혹자는 ‘지금 당장 월급을 못 준다고 해도 이상한 상황이 아닐 정도’라고도 말할 정도다. 취소 폭탄을 맞았는데 신규 예약마저 뚝 끊기면서 곡간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벌써 여행사들의 긴축 경영에 대한 지라시도 한 차례 돌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희망자에 한해 단축근무를 실시한다고 공지했고 이밖에 다른 여행사들도 단축근무, 무급휴가, 희망퇴직, 구조조정 등에 대한 ‘설’이 줄줄이 쏟아지는 중이다. 여행업계의 영세한 구조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사회 전반에도 역대급 타격을 가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학교의 개학일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각종 행사나 축제도 당분간 취소됐다.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갔던 식당이며 상점, 병원은 한동안 문을 닫았다. 지난 6일에는 직원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GS홈쇼핑이 사옥을 임시 폐쇄하는 등 영업에 지장이 생긴 곳이 한둘이 아니다. 


회사는 사정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눈을 돌린다. 휴가와 단축근무를 독려하며 지출을 줄인다. 하지만 이런 ‘재난급’ 사태에서 직원들과 손님들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거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돕는 물품을 지원하는 곳은 만나기가 어렵다. 회사 출입구 근처에 손 소독제를 몇 개 비치하고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을 소극적으로 홍보하는 정도다. 하지만 여행업계 직원들은 해외 출장을 가거나 해외에서 온 바이어들과의 만남이 잦은 편이다. 패키지여행을 보낸 손님들 중 누군가가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취소 후폭풍은 이미 한 차례 여행업계를 휩쓸었다.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라 이제는 여진에도 무너질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매뉴얼은 준비되었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