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호텔과 해결하라’ 안내가 전부
신종코로나 여파, 소비자 보호는 미흡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여행예약이 대거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글로벌 OTA들의 맹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판매만 하고 사후처리에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다.


이번 사태로 취소 문의가 급증하자 일부 글로벌OTA는 직접 대응하지 못한 채 소비자에게 해당 호텔과 항공사를 통해 해결하라고 안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작 호텔이나 항공사는 구매처를 통해 해결하라고 다시 OTA쪽으로 책임을 미루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글로벌 OTA들이 한국 시장에 정착해 덩치를 키운 만큼 취소 문의도 물밀 듯 밀려와 일일이 다 해결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월 첫째 주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 공포감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까지 여행 취소가 확대됐다. 비상 상황에 따라 항공사와 호텔들도 지역별, 업체별로 취소·변경 규정을 제각각 적용하고 있어 혼란은 더욱 크다. 하와이 소재 A호텔은 “3월까지 투숙 예정인 예약 건에 한해 모두 무료로 취소해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으며, 태국 브랜드 B호텔은 “중국 지역의 호텔은 모두 취소해주고 있지만 이외 지역은 기존대로 취소·환불 규정을 적용하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경우 등 특별 케이스에 한해 건건이 웨이버를 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 세계 수백만 개에 이르는 수많은 호텔들의 ‘특별 규정’이 중개플랫폼인 OTA에 모두 시스템으로 자동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객센터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문의량이 폭주해 연결이 어려울 뿐더러 연결이 되더라도 해결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4일 한 글로벌 OTA 고객센터를 통해 2월20일~21일 투숙 예정인 호주 소재 A호텔의 예약 취소를 문의한 결과, 전화 연결까지 약 22분이 소요됐지만 상담 이후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해당 상담원은 “현재 업무량이 너무 많아 일일이 호텔 측에 확인하지 못하도록 본사 지침이 내려왔다”며 “예약페이지에 기재된 호텔 연락처나 이메일로 고객이 직접 문의한 후 호텔로부터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으면 다시 고객센터로 연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황당한 응대다. 


한편 해당 OTA 관계자는 “공급 파트너사들도 실시간으로 대응 중이고 고객지원 페이지를 통해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 중이지만 한국어 사용 고객 문의량이 워낙 많아 바로바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취소 지역도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 걸쳐 있어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라고 전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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