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넓은 남태평양에는 각각의 주권을 가진 14개의 섬나라(▲쿡제도 ▲피지 ▲키리바시 ▲마셜제도 ▲마이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 ▲나우루 ▲니우에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사모아 ▲솔로몬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가 있다. 여행의 시각에서 보면 이들 14개 도서 국가는 여전히 소수의 발길만 허락한 얼마 남지 않은 가능성의 영역이다.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여행 목적지로의 태평양을 숫자로 담아 봤다. <편집자 주>

*태평양 관광기구(Pacific Tourism Organisation)와 함께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는 1월9일부터 2월2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총 1,265명이 참여했다. 결과 분석은 설문조사를 완료한 1,088명의 응답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70.6%, 남성이 29.4%이며 30대 응답자가 전체의 50.4%다.

‘가족과 함께 1인당 100만 원대 후반의 예산으로 9일 이상 휴식을 즐기는 여행’ 
많은 사람들이 그리는 남태평양 여행의 이미지다. 시간이나 예산을 떠나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를 질문한 결과 남태평양은 28.4%로 유럽(48.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여러 현실적인 요소들을 감안할 때는 18.38%로 응답자가 줄었다. 표1 이 같은 결과는 현실적인 여행 목적지를 결정할 때 경비(56.99%)와 여행 기간(40.07%)이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실제로 반영된 수치로 풀이할 수 있다.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하고도 남태평양을 가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예상 여행 형태도 다소 차이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경우 에어텔 개념의 자유여행상품 구입(38.42%)과 완전 자유여행(36.58%)이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남태평양에 가고 싶다는 응답자는 절반이 넘는 51%가 항공과 숙소 등이 묶인 자유여행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표2


14개 개별 도서 국가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응답자의 절반이 알고 있는 국가는 피지(80.70%), 팔라우(64.89%), 파푸아뉴기니(64.06%), 솔로몬제도(49.63%) 등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국가 중 여행하고 싶은 국가는 인지도와 동일한 순서로 조사됐다. 표3


직항 항공편이 없어 항공 경유가 필요한 남태평양 여행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높았다. 응답자의 82.3%가 경유를 하더라도 남태평양으로 여행을 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표4 여행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의 경우 환승에 대한 불편(66.32%)과 비용 부담(46.11%), 시간(30.05%) 등을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표5


선호하는 경유지는 싱가포르가 27.82%로 가장 인기가 높았으며 호주(22.35%)와 뉴질랜드(21.23%)가 뒤를 이었다. 표6 이때 여행 기간은 9일 이상이 32.29%로 가장 많았으며 휴식(70.17%)이 관광(55.20%)보다 중요한 관심사로 꼽혔다. 

●전문가 인터뷰

한국인의 연간 해외여행 규모는 약 2,800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중 태평양도서국으로 향하는 발길은 얼마나 될까. 짐작하건데 0.1%가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규모의 경제로만 보면 여행사 입장에서는 그리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직 누구도 손대지 못한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콜롬비아의 개척 정신을 따르는 여행업계 프론티어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항공사
에어뉴질랜드 팀 스완Tim Swan 한국지사장 
가까워진 파라다이스…애드온 요금 지원 사격  

에어뉴질랜드 팀 스완Tim Swan 한국지사장 

에어뉴질랜드 팀 스완 한국지사장은 태평양도서국들을 ‘안전’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곳으로 평가한다. 개인적으로 피지로 혼자 휴가를, 쿡 제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올 만큼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진하다. 특히 그의 허니문 목적지였던 쿡 제도의 아이투타키섬은 타히티의 보라보라섬과 비슷하지만 가성비가 높은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팀 스완 지사장은 “메인 섬인 라로 통가섬을 중심으로 아이투타키섬과 같은 예쁘고 아름다운 작은 섬이 여럿”이라며 “보라보라섬처럼 예쁜 바다를 가지고 있지만 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리조트에서 머무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뉴질랜드도 제3국인 호주 시드니에서 라로 통가까지 주1회 운항하고 쿡 제도에서 기내 안전 영상을 촬영하는 등 쿡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게다가 이제 한국과 태평양도서국들과의 거리는 보다 가까워졌다. 지난해 11월 에어뉴질랜드가 인천-오클랜드 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했는데, 뉴질랜드 주변으로 반짝반짝 흩뿌려진 14개 태평양도서국 중 사모아, 뉴에, 쿡제도, 통가, 피지를 에어뉴질랜드가 잇는 덕분이다. 태평양도서국에 속하지는 않지만 타히티와 뉴칼레도니아, 노퍽 등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들을 여럿 비행하는 항공사이기도 하다. 섬들이 뉴질랜드와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데다 섬마다 문화와 음식,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 수많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휴양지로 찾고 있다고. 그래서 태평양도서국 노선은 에어뉴질랜드의 ‘주요 노선’으로 꼽힌다. 


팀 스완 지사장은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아직 태평양도서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적지만 여행 경험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새로우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로 태평양도서국의 매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팀 스완 지사장은 “지난해 에어뉴질랜드가 한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인들이 여행에서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힐링과 휴식, 그리고 이를 통한 재충전임을 확인했다”며 “그런 면에서 앞으로 태평양도서국 여행의 만족도는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여행사

허니문리조트 송영민 이사 

허니문리조트 송영민 이사 
신상품 찾는 허니무너에게 통한다

국내 대표 허니문 여행사 허니문리조트는 태평양도서국과 같은 특수지역도 니치마켓으로 삼았다. 허니문의 특성상 목적지와 호텔 선택에 있어 상담 직원의 역량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특수지역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허니문리조트 송영민 이사는 “허니문은 목적지부터 상담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수지역의 경우 손님들이 원하는 목적지를 숙지하고 이미 어느 정도 결정한 상태로 방문한다”라고 설명했다. 신비로운 이미지를 가진 태평양도서국들의 특징상 주요 타깃은 신혼여행객인데 실질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허니문리조트가 태평양지역 관광청이나 호텔들과 협업을 통해 초대전, 박람회 등에서 홍보에 힘쓰는 이유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도 흔치 않다. 허니문리조트는 상담 경력이 많고 특수지역을 직접 경험해본 소수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수지역 전담팀을 구성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송영민 이사는 “특수지역을 찾는 고객들은 여행 경험이 많고 이미 여러 곳에서 비용이나 상담 등을 비교한 후 허니문리조트를 방문하는 편”이라며 전문적인 상담 능력을 강조했다. 또 신혼여행객들이 신비롭고 낯선 목적지에 대한 갈망이 큰 만큼 태평양도서국이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송영민 이사는 “태평양도서국들이 가진 자연 환경이나 숙소 컨디션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항공 좌석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목적지다”라고 말했다. 확신으로 가득한 목소리였다. 


에어뉴질랜드는 연중 내내 오클랜드 정규 운임에 태평양도서국을 추가한 애드온 요금을 제공한다. 인천-오클랜드 정규 운임에 누메아, 피지(난디) 노선의 경우 10만원을, 사모아, 통가, 뉴에, 쿡제도(라로통가) 노선은 20만원을 추가 지불하면 된다. 타히티(파페에테)의 경우 40만원만 더 지불하면 왕복 이용이 가능하다. 팀 스완 지사장은 “지금은 정규 운임 기준 애드온 요금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도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수요가 더 많이 발생하고 성장 가능성이 더 커진다면 향후에는 노선별로 특가 요금을 만들어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래버스 이상훈 대표 

트래버스 이상훈 대표 
남태평양 전문 랜드사의 2020년 선택은 ‘사모아’

트래버스는 호주·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전문 직영 랜드사다. 그동안 호·뉴 지역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되 발리나 브루나이, 피지 등 새로운 연계지역까지 함께 추가하는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 


트래버스는 올해도 신시장 개척에 앞장선다. 에어뉴질랜드를 이용한 뉴질랜드+사모아 연합 상품을 2월 중으로 첫 론칭할 예정이다. 사모아를 비롯한 태평양도서국 대부분에는 아직 현지 일정을 핸들링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가 부족해 호텔들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트래버스는 이번 겨울 직접 사모아를 방문해 현지 여러 호텔을 인스펙션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트래버스 이상훈 대표는 “태평양도서국 상품의 경우 호텔을 통해 차량과 투어를 예약하는 구조인 상황”이라며 “현지 일정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상태에서는 불확실한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믿을만한 호텔과 오퍼레이터를 찾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뉴질랜드의 인천-오클랜드 취항도 올해 더욱 빛을 낼 전망이다. 에어뉴질랜드의 태평양 네트워크가 촘촘하고 가격도 매력적이라 경쟁력이 한층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훈 대표는 “사모아 왕복 항공권의 경우 에어뉴질랜드 운임이 40~50만원까지 저렴해졌다”며 “올해는 에어뉴질랜드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첫 사모아를 연계한 연합 상품이 탄생할 예정이지만, 다른 태평양도서국들에 대한 관심과 시선도 사뭇 달라졌다. 그 동안 상담에서 추천하는 남태평양 여행지가 피지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는 사모아나 쿡 제도, 바누아투 등 여러 선택지도 제안하고 있다고.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달라진 풍경임은 확실하다. 

▶외교부

외교부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태평양도서국, 여행지 그 이상의 가치… 항공·무역·투자 확대하겠다 


태평양도서국들이 가진 가치는 여행지 그 이상이다. 그래서 외교부가 나섰다. 2018년 외교부는 한국 ODA 사상 처음으로 관광 및 무역진흥 분야에 100만달러를 기여했고 태평양도서국에 우리 국민들이 더욱 쉽게 갈 수 있도록 항공 협정 등 기반마련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외교부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을 만나 우리나라에게 태평양도서국이 가진 의미 그리고 앞으로 여행업계에 기대되는 변화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외교부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은 “올해 팔라우를 비롯한 몇몇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항공 협정 체결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한국과 태평양도서국 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은 “올해 팔라우를 비롯한 몇몇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항공 협정 체결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한국과 태평양도서국 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무역관광진흥프로그램 100만 달러
-사모아·팔라우 등과 항공협정 강화
-외교부 산하 원스톱 서비스 플랫폼


-태평양도서국과의 관계는.


2011년부터 우리나라와 태평양도서국 간에는 3년 마다 외교장관회의, 그리고 외교장관회의가 열리지 않는 해에는 고위 관리 회의가 개최되어 왔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한-태평양 도서국 고위 관리 회의가 열렸고 올해는 외교장관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매년 110만달러를 기여하는 한-PIF 협력기금 중 지난해부터 무역관광진흥프로그램을 조성해 태평양도서국들과 한국 간의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를 돕고 있다. 한-PIF 협력기금은 올해부터 150만달러로 확대됐다. 일방적으로 공적 원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왕래하며 지속가능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 의미를 둔다. 


-국내에서는 태평양도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외교부가 직접 태평양도서국들과 인적 교류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 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적 교류다. 왕래가 잦아야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고, 반대로 우리에 대해서도 소개할 수 있다. 지금 여행시장에서 뜨거운 목적지인 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역시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무역, 투자 등의 물적 교류도 늘어난 케이스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야 그 나라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사업의 기회와 영역도 커질 수 있다. 바로 인적교류의 힘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가진 태평양도서국들과의 관계도 이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태평양도서국은 14개의 독립적인 섬나라로, UN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각각 한 표를 행사한다. 태평양도서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 편이 되어줄 국가를 늘리는 것과 연관이 깊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에 힘을 더해줄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참치 어획량의 90%는 태평양에서 발생한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태평양에서 경제적 이윤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투자와 원조를 확대하는 이유는 합당하다. 


-교류가 확대되려면 접근성이 향상되어야 한다.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국가 간 항공 협정이다. 아쉽게도 현재 태평양도서국 중 항공 협정을 맺은 곳은 파푸아뉴기니, 피지, 팔라우 정도뿐이다. 정부는 사모아를 대상으로 항공 협정 체결을 위해 교섭하고 있다. 또 태평양도서국 중 유일하게 직항 노선이 개설된 팔라우 역시 더 많은 항공편이 운항될 수 있도록 양국 간 논의가 오가고 있다. 신규 노선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문이 열린 지역을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서 팔라우까지 소요 시간은 약 5시간30분 정도로 국내 LCC들도 충분히 취항 가능한 노선이기 때문에 팔라우와의 항공 협정 운영개선에 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팔라우에서도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차근차근 한 스텝씩 진행하다보면 인적, 물적 교류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또한 지난해 인천-오클랜드 직항 노선이 개설되면서 피지나 사모아 등 태평양도서국까지 연계성이 대폭 향상됐다. 에어뉴질랜드에서 태평양도서국을 연계한 애드온 요금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무역관광진흥프로그램 지원으로 뉴질랜드+사모아 연합 상품이 개발에도 속도를 내게 됐다. 이처럼 올해는 뉴질랜드가 태평양도서국들과의 연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구체적인 계획은. 


태평양도서국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분, 사업을 구상하는 분 등 태평양도서국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원스톱 서비스 플랫폼을 오픈할 계획이다.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선 외교부 산하 기구가 되겠지만 여러 다른 정부 부처가 함께 관여해 유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기남·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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