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서희 기자
곽서희 기자

심장이 내려앉고, 손은 떨려온다. 앞머리는 땀으로 꼴사납게 젖었다. 집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나서의 일이다. 수화기 너머로 난데없는 호통과 짜증이 귀에 꽂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었다. 요지는 주차하기 어려우니 차를 빼달라는 얘기였다. 싸늘했다. 비난은 비수가 되어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그저 말 한 마디일 뿐인데, 대면하지 않은 탓에 더 진한 상처로 남았다.  


요즘 여행사의 수화기는 쉴 틈이 없다. 1분이 멀다하고 고객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진다. 코로나19로 예약 취소가 물밀 듯 밀려오면서 취소수수료 건으로 여행사와 고객 간 갈등이 정점에 달한 상태다. 옥신각신 정도면 괜찮겠는데, 문제는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욕설부터 하시곤 한다”며 “동남아 여행을 갔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책임질 거냐고 역정을 내는 고객들도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컴플레인에 민감한 회사의 경우 고객불만이 접수될 때마다 경위서를 꼬박꼬박 작성하고 보고해야해 이중고를 겪게 된다. 


비단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 간에도 상담 중 언어폭력이 빈번히 발생한다. 서로의 속사정을 뻔히 아는 사이일수록 더 보듬어주는 게 맞지만 시기가 시기니만큼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기이기 때문에, 이런 시기여서 더더욱 가벼운 말에도 쉽게 생채기가 날 수밖에 없다. 답답한 심정으로 수화기 너머로 쏟아지는 폭언에 반박이라도 해볼까 싶지만 쉽지 않다. 상대는 엄연히 ‘고객님’과 ‘거래처’이므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 커먼 센스(Common Sense). 모두가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감각이자, 다른 말로는 ‘상식’이다. 코로나가 불지른 여행업계의 전화통에는 커먼도, 센스도 끊긴 상태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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