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11일 아시아 6개 국가(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타이완) 여행 및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해 여행업계에 큰 파장을 던졌다. 언론이 지나치게 공포감을 조성해 소비자들의 여행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 반면 일각에서는 늑장대처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니만큼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과연 다른 나라들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해외 주요국의 현지 분위기를 살폈다. <편집자주>

●동남아  
“한적한 관광지, 오히려 여행하기 좋아” 반응도


아시아 지역 중 비교적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한 곳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확진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오히려 여행하기 최적의 시기라는 후일담까지 속속 들려오고 있다. 동남아 국가는 높은 온도와 습하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더뎌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며칠 전 베트남을 방문했다는 여행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푸꾸옥 선셋사나토 비치클럽은 원래 낮 시간에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인데 무척 한적했다”며 “한국과 달리 평화로운 분위기여서 코로나19는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졌다”고 평을 남겼다. 인도네시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6일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취재 중인 본지 이성균 기자는 “자카르타 공항의 경우 열 탐지기가 따로 준비돼있지 않았을 뿐더러 대부분의 공항 직원과 현지인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코로나19 여파가 미미하다”고 전했다. 필리핀 소재 A호텔 관계자는 “필리핀 현지에서, 인파가 많이 몰리는 행사장에 참석자가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을 찾는 동남아 단체 관광객의 발걸음은 줄었다. 중국 인접국가라는 이유로 코로나19 전염이 우려돼 한국 여행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동남아 인바운드 시장은 일본이나 중국 지역보다는 타격이 적어 2월달 취소 문의도 눈에 띌 정도는 아니지만, 신규 예약은 기존보다 감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럽·미주·대양주
“아시아인 기피, 여행에 지장없는 수준”


유럽을 비롯한 미주와 대양주 지역도 코로나19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있다. 발원지로부터 거리가 멀다는 게 주된 이유다. 관건은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겪게 될 인종차별 문제다. 그러나 그마저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오히려 마스크를 착용하면 중국인으로 인식해 주목받고 피하는 눈치였다는 게 현지 여행자들의 얘기다. 유럽 지역 A관광청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아시아인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여행하는 데 지장은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2월4일부터 미국 LA를 여행 중이라는 한 여행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다녀왔는데 “동양인 기피 현상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2월 둘째 주에 뉴질랜드를 방문했는데 호텔이나 식당에서 체온을 재거나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한국에 비해 너무도 평화로운 분위기였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일본  
“긴장은 크루즈에 국한, 중국인 감소로 침체”


일본 역시 한국보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덜하다는 게 일본 전문 랜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랜드사 관계자는 “얼마 전 오사카를 방문했는데 “시내에 마스크 착용자가 15%도 되지 않아 심각한 분위기를 못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호텔이나 식당에도 손 소독제나 열 탐지기 등이 비치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내 크루즈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마저도 크루즈에만 국한돼 시중 분위기는 비교적 평안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방일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듦과 동시에 일본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1월 말부터 2월 초는 중국 춘절 휴가기간으로 방일 여행의 성수기 시즌이지만, 중국 정부가 1월27일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오키나와 관광컨벤션뷰로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의 취소는 1만2,000명에 이른다. B랜드사 관계자는 “일본 외래객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중국 관광객 수가 감소하면서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들도 진통을 앓고 있다”며 “전체 경기도 덩달아 침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 발길도 상당 수준 감소할 전망이다. 일본 인바운드 전문여행사 관계자는 “2월달 예약 취소는 많지 않지만, 6월까지의 예약 건수가 전년동기대비 부진한 상황”이라며 “2~3월은 기모객 건이 있어 아직까지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B여행사 관계자도 “신규 예약보다 기존 예약 취소가 1.2배 정도 더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중화권  
“사스 경험 있어 더 철저히 대응”


중화권 국가들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홍콩은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악몽을 한 차례 겪어낸 뒤로 질병에 철저하게 대처하고 있다. 홍콩관광청 공식 블로그 ‘정대리의 홍콩 이야기’는 “홍콩 사람들은 사스 사태 이후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졌고 위생에 대한 의식도 높아졌다”며 “최근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새벽 3, 4시부터 가게에 줄을 서는가하면, 가게마다 소독 기능을 갖춘 전 제품들이 품절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카오 역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어 질병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노약자들에 한해 마스크 무상 제공 중이고, 카지노를 포함한 각종 시설의 영업이 일시 중단됐다.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모든 페리는 운항을 멈췄다. 마카오관광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카지노가 문을 닫은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강경한 대응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사소견서를 필수로 제출하게 하고, 체온 검사 후 조금이라도 열이 있으면 입국을 금지하는 등 차분하게 대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타이완도 과거 사스를 경험한 바 있어 한국보다 사태를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확한 현지상황 공유 등 
여행업계의 적극적인 대처 주문도


업계 전체가 힘든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행사들이 소비자들의 여행심리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내부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모색하면서 회생하기 위한 방법을 도모하자는 얘기다. 최근 단체손님을 이끌고 인도를 방문한 혜초여행 석채언 대표는 “여행 중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 한적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접 경험한 바를 소비자들과 공유해 인식을 개선해나가자고도 제안했다. 석채언 대표는 “어려움이 닥쳤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업계 내부의 자율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행사들이 SNS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현지 상황을 전하고 해외여행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홍보하면서 경계심을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여행업협회(KATA) 사무국에서도 주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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