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항공사 맘대로…공정성에 의문
운휴로 인한 피해 보상책 필요에 공감대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줄줄이 감편·운휴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여객 수요 감소가 주요 이유다. 하지만 항공사가 당장 출발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운항을 중단하더라도 항공권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것 외에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항공권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경우 시점이나 부킹 클래스 등에 따라 수수료 규정을 타이트하게 적용하는 반면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항공편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제나 규정이 없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급물살을 타면서 항공사들의 감편 규모는 커졌고 에어뉴질랜드, 하와이안항공, 델타항공, 터키항공 등 장거리 외항사들도 다급히 운항을 축소·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인천-미니애폴리스 노선을 2월29일을 마지막으로 4월30일까지 중단한다고 이틀 전인 2월27일 발표했다. 같은 날 하와이안항공도 3월2일부터 4월30일까지 운휴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다수의 항공사들이 출발일에 임박해 항공편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처럼 출발일이 임박한 상태에서 항공사들이 운항 중단을 공지했지만 항공권을 변경하거나 취소해주는 것 이외에는 소비자들에게 다른 보상 조치는 없었다. 소비자들이 예약한 호텔이 환불불가 상품이거나 투숙일에 가까운 시점이라 위약금을 내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항공사들이 홈페이지에 공지한 여객운송약관을 살펴보면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하여 항공사가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변경, 연기 또는 지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해당 사유로 인하여 사용되지 않은 항공권에 대한 운임 및 요금을 환불하는 것 외에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도 공통적인 내용이다. 이밖에 예측, 예기치 못한 경우도 포함돼 있어 사실상 어떤 이유에서도 항공기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이 같은 약관은 항공사가 운항을 취소하더라도 발생하게 되는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항공사 책임이 아니라는 근거로도 사용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공사의 항공편 취소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속 공유되고 있다. 특히 숙소 위약금이 가장 크다. 항공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원할 경우 결항 확인서를 전달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직접 호텔에 해당 확인서를 제출하고 취소 사유를 설명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무료로 취소를 해주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변경만 가능한 호텔도 있다. 아예 취소가 불가하다는 호텔도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돈이 안 되면 항공사 마음대로 결항하고 돈이 되면 취소·환불 수수료를 내던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나가라는 것이냐”라며 “코로나19 사태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만 부담하는지,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규약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2월25일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접수된 상담은 국외여행 1,600건 이상, 항공권 400건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중 일부는 피해구제 민원을 접수한 상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항공사의 과실로 인해 일방적으로 거래(계약)를 해지하고 그에 대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보상을 해야한다고 판단되지만 천재지변이나 공항 사정 등의 사유는 책임 범주에서 벗어난다”며 “모객수가 적어 항공편을 운항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법적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 민원을 통해 사실관계와 상황 등을 확인해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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