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이제는 침묵을 깨야할 때


곽- 지난 9일 한일 양국 간 입국 규제가 강화돼 여행업계의 피해가 더욱 심각해졌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입국 제한·금지 사례도 많은데, 정작 최대 피해자인 여행업계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김- 관련 기사가 나간 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우리를 배려하지 않았거나 과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몇몇 국가의 관광청에게 항의 공문을 보내는 등 나름 목소리를 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여행업계 종사자들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안 한 것과 다름없다. 관광업계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정작 이런 시기에는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측도 대정부 건의 등 그동안 펼친 활동상들을 전하며 나름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곽- 협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면 여행사들만이라도 서로 뭉쳐서 요구사항을 건의하고 어려움을 토로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행동조차 없는 것 같다.
김- 국적LCC 사장단들이 공동 긴급건의문을 발표하고 양대FSC 대표들까지 가세해 국토교통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었던 것과 비교된다. 원래 항공사들은 담합으로 의심받을 우려가 있어 타 항공사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컸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기상황인 만큼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건의문을 만들 정도로 잘 뭉쳤다. 여행사들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몇 개 회사들만이라도 힘을 합쳐 모인다면 정부와 소비자에게 상당한 크기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여행사들끼리는 팸투어도 함께 자주 가고 친목 모임도 많은 편인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잘 모이지 않는 것 같다. 사업 운영상의 고충은 서로 털어놓을지 몰라도 결정적으로 하나 된 목소리가 없다. 랜드사들은 더욱 결집력이 약하다. 
편- 협회 차원에서 회원 여행사들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이끌어야 한다. 선거를 앞둔 지금 시점이 목소리를 내기 제일 좋은 타이밍이다.
김- 10여년 전인 2007년 12월, 대한항공이 2010년부터 항공권 커미션을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을 때 여행사들은 똘똘 뭉쳤었다. 공동항의문을 발표하고 대한항공 사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여행사 임직원 600명이 모여 반대시위까지 벌였다. 지금은 그런 결집과 능동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게 아쉽다.  


●세계 곳곳 관광 이벤트도 올스톱


곽-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의 굵직한 관광 이벤트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ITB베를린이 무산된 것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주최 측의 피해 규모도 상당하겠다. 
이-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ITB베를린 입장권 판매액과 참가 부스비 매출은 최소 57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실 관광인 교류 행사들은 수익 창출보다 얼마만큼의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IPW 2019에서는 행사를 통해 향후 3년 간 55조원 규모의 비즈니스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행사가 취소되면 그만큼 B2B 간 접촉할 기회도 줄어드니 업계에도 자연히 타격이 있을 것 같다.
김- ITB베를린은 세계 최대 여행박람회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커서 무산됐다는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주최 장소가 독일인데도 취소된 걸 보면 확실히 코로나19의 여파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이- 유럽도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3월 말 랑데부 프랑스, 5월 초 독일 GTM이 취소됐다.
김- 5월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 등 국내 행사들도 많다. 우리나라가 진정국면에 접어든다 하더라도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할 수 없으니 반쪽짜리 행사가 될 것 같다.


●가운데 낀 여행사는 어쩌나?


곽- 네이버 항공권은 입점 여행사들에게 취소된 항공권 판매에 대해서도 중개수수료를 그대로 부과하는 구조다. 다른 플랫폼들은 어떤가.
손- 티몬도 취소된 항공권에 대해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별 잡음이 없었지만 지금은 항공권 취소가 급증했고 그에 따른 타격도 커서 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편- 여행사들은 여러모로 고충이 크다.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 것도 모자라 항공권 취소 처리 업무까지 대행하는 중이다. 과중한 업무에 야근도 불가피하다고 한다.  
곽- 그럼에도 아무런 대가도 없다. 위기상황일수록 항공사 이용약관상의 허점과 부당성, 여행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정책 등이 재조명되는 것 같다. 이번 사태가 이런 점들을 오히려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김- 이럴 때일수록 파트너십이 중요해진다. 네이버가 결국 수수료를 면제·감면해주기로 한 것은 파트너십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재후는 한 주간의 취재 뒷얘기를 담는 자리입니다.
참가자 김기남, 김선주, 천소현, 손고은, 김예지, 이성균, 강화송, 이은지, 곽서희 기자
*기자 이름 성으로 표기 (편=김기남 편집국장, 지=이은지 기자, 예=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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