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서희 기자
곽서희 기자

비누부터 파스까지 착실히도 담았다. 행여나 부족할까 치약도 몇 개 더 넣었다. 장바구니가 넘쳐난다.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전부 휩쓸고 이제 막 계산대로 향하려는데 번쩍, 눈이 떠졌다. 꿈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일본에서 신나게 쇼핑하는 꿈을 꿨는데, 잠에서 깨니 더 가고 싶어졌다는 웃지 못할 얘기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는 여느 때보다 북새통이다. 여행가고 싶다는 제목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진다. 질문은 또 어찌나 많이 올라오는지, 아예 한 카페 관리자는 ‘지금 여행 가도 될까요?’ 식의 글을 올리면 바로 강퇴 조치를 하겠다고 대놓고 공지하기에 이르렀다. 5월 말 쯤이면 패키지 상품을 예약해도 되겠냐며 예언 아닌 예언을 요구하는 지인들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의 여행욕만큼은 저 밑에서 부글부글 들끓고 있단 방증이겠다.


해외가 막히자 국내로 눈 돌린 소비자들은 ‘청정지역’ 제주도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구로 콜센터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 한 명이 제주도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지막 남은 제주도마저 위태로워졌다. 해외 국가 중 현재 입국 규제가 심하지 않은 곳들을 찾아보려고 해도 막상 여행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다. 비행편이 마땅치 않을 뿐더러 입국 과정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입국 심사만 5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후일담도 이어지니, 채워지지 않은 여행욕구에 미련만 짙게 남을 뿐이다. 


그렇다고 사태 진정 후 마냥 수요가 오를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이르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가계 생활비는 축소됐고, 유급휴가를 미리 쓴 회사원들은 하반기에 휴가를 가고 싶어도 못 가게 됐다. 개학이 연기돼 방학은 더 짧아졌다. 공공장소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없애는 것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상황이 힘들다고 손 놓고 있으면 회복기가 찾아와도 반등하기 어렵다. 좌절하기 전에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놀이와 휴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쉽게 식지 않는다는 것. 인간은 유희하는 존재라고 하지 않았던가. 잠재 수요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버티고, 견디고, 살아내보자. 코로나19에도 꿋꿋이 꺾이지 않는 한 가지가 기저에 웅크리고 있으니.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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