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2%도 안 되는 정기예금 이자에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기어코 은행에 돈을 맡겼다. 1년이 지난 뒤 손에 받아든 이자가 헛웃음 나오게 했지만 주식으로 속앓이하는 것보단 낫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주식 시장이 혼돈에 빠졌고,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주식은 안 돼’라는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업무적으로 여행·항공업계의 주가를 확인했지만 요즘에는 ‘한 번 들어가 볼까’하는 마음에 한참을 보고 있다. 이렇듯 바이러스는 한낱 소시민을 바꿨다. 


사회 또한 흔들었다. 근무 형태, 국가별 이미지, 소비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변화가 뒤따랐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로벌 OTA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여행사의 역할과 취소수수료 등이 주요 화두였다. 코로나19 전까지 저렴한 가격, 편리한 UI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던 글로벌 OTA들은 이번 사태에서 부족한 대처를 보이며 소비자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고객센터와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았고, 환불과 일정 변경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믿고 예약했는데 항공사와 직접 처리하라는 대응 방식에 실망했다.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최저가만 고집하지 않고, 항공권은 항공사로, 호텔은 호텔로, 액티비티는 고객센터가 잘 갖춰진 곳에서 예약하겠다’는 내용의 하소연이 많았다. 여행사와 항공사 큰 시련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유발한 인식 변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여행사의 역할과 취소수수료도 분명히 해야 한다. 업계 내에서만 불만을 토로하던 차원을 벗어나야 2월에 겪었던 수난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를 심부름센터로 알고 모든 책임을 여행사가 지라는 고객도 있다”며 “여행사는 고객의 여행을 위해 항공, 호텔, 가이드를 수수료를 받고 연결해주는 알선업자임을 명확히 해야 하고, 이러한 서비스가 ‘노동’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비롯한 협회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분명 최악의 위기를 가져왔지만 변화의 판도 깔아줬다. 지금 당장 생존이 버거우나 그 이후도 고려해야 할 시간이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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