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작성 문서만 접수, 세계 곳곳서 여행사 반발
"자금난에 시간벌기 꼼수 의혹”…소비자도 피해

환불 접수를 막는 항공사들이 늘어나면서 여행사들의 불안감과 불신도 증폭되고 있다. 3월 말 현재 GDS를 통한 자동 환불 접수를 중단하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BSP링크를 통해서만 환불신청서(Refund Application, RA)를 받겠다고 규정을 바꾸는 항공사가 속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 각국 여행사들은 GDS를 통한 정상적인 환불 진행을 금지하는 항공사들의 조치가 규정 위반이며 권한 남용이라며 항의에 나섰다. 항공사들이 일방적으로 규정을 변경하고 환불을 거부한다면 향후 IATA BSP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주요 여행사에 따르면 3월26일 기준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에어아스타나, 싱가포르항공, 터키항공, LOT폴란드항공 등 상당수 외항사들이 자동 환불 처리가 가능한 GDS 시스템 이용을 막고 BSP링크를 통해 환불 신청서를 접수받거나 별개의 추가 작업이 필요한 EMD방식으로만 환불 접수를 받고 있다. 수동 문서 작성 방식으로, 환불 절차와 방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여행사들의 업무가 가중될 뿐만 아니라 환불까지 걸리는 시간도 더 늘어난다. BSP링크나 EMD를 통한 환불은 원래 다구간 중 부분취소나 자동 환불이 불가한 항공권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베트남항공 등이 환불 접수 업무를 아예 중단했다가 여행사와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순차적으로 GDS 시스템을 다시 열면서 일단락되는가 싶었던 ‘환불갈등'이 수동 접수로 다시 불거진 셈이다. 


몇몇 항공사들은 GDS를 통한 환불이 폭주함에 따라 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오류 및 중단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어떤 항공사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환불에 대한 개별적인 모니터를 위해 이처럼 환불 절차를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 GDS 관계자는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렸다기보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신청하는 대로 모두 환불해줄 수가 없어 항공사 측에서 자동 환불을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여행사들은 지금처럼 환불 릴레이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자동 처리 대신 수동 처리로 환불 절차를 변경하는 것은 자금 사정이 악화된 항공사들이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IATA 결의안 824조는 ‘사용하지 않은 항공권은 여행사로부터 환불 신청이 접수된 후 다음에 도래하는 입금 일정 전에 항공사가 개별 환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항공사가 환불 규정을 개별적으로 취하는 조치는 규정 위반이라는 게 여행사들의 주장이다. 또 항공사가 파산하게 될 경우 고객의 돈이 환불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중개 판매사인 여행사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 여행사들도 분노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따르면, 각국 여행업협회나 단체들이 항공사들의 일방적인 환불 절차 변경에 대해 IATA에 공식 항의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 27개국 여행업협회를 회원으로 둔 ECTAA는 지난 22일 “BSP에 입금된 여행사들의 자금(항공권 판매대금)이 환불을 보증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BSP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여행업협회(ASTA)도 IATA에 ▲모든 항공권에 대한 환불 보장 ▲ARC(미국판 BSP)를 통해 모든 환불을 진행할 것 ▲항공권 환불·교환·재발행에 대한 여행사 수수료 및 인센티브 보호 ▲3월1일 이후 예약된 항공편은 수수료 없이 1년간 재발행 가능하도록 연장할 것 등 9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이스라엘여행업협회 자문변호사는 지난 23일 최근 IATA 회원 항공사들의 환불 정책 변경 행위는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항공사의 의무와 책임을 묻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손고은 기자 ko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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