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요즘은 여행인들의 인사도 달라졌다. “안녕하세요? 혹시 출근하셨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나도 묻고, 그도 묻는다. 혹시라도 휴직에 들어간 사람에게 괜한 연락을 한 게 아닌가 싶어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기도 전에 서로 미안해한다. 여행 실종 시대. 많은 여행인들도 사라졌다. 


코로나19는 날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3월 패키지해외여행 모객 실적은 전년과 비교해 99% 줄었다. 4월은 더 심각하다. 양사는 4월 패키지 예약률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99.6%, -99.9%라고 발표했는데, 이정도면 사실상 0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해 남아 있는 0.1% 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최소 인력만으로 최소한의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여행인 실종 시대. 이 또한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여행신문>의 자매지 여행매거진 <트래비>도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오는 5월, <트래비>는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만 새로운 여행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대신 <트래비>는 여행을 권할 수 없는 시기에 여행작가로 살아가는 4명과 나눈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5월호에 담는다. 그리고 텀블벅에서 펀딩을 받기로 했다. 전례 없는 사태 속 <트래비>도 전례 없는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둘러보니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곳들도 점차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부 관광청들은 다음 여행을 위해 여행을 잠시 멈춰 달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진행하는가 하면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하반기 이후의 여행상품을 무제한 이용과 같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내놓는 등 조심스럽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 와중에 정말 항공권을 구매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물음에 “적지만 신기하게도 있다”라고 답하는 걸 보니 역시 여행은 사라지지 않았나 보다. 


펀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행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트래비>에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여행인들에게 필요한 건 그동안 시간이 부족해서 내놓지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언젠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줄 때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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