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난상황 구체화해야지만 기준 논란 여지 커…현행 민법상 OTA 적용 안 돼 형평성 어긋나

여행자가 전염병을 이유로 여행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는 민법 개정안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여행업계가 난색을 표했다.


미래통합당 강효상 의원이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대표발의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여행자가 천재지변·감염병·전쟁·테러 등 위난상황의 사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배상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여행을 취소·변경하는 여행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담겨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박장호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는 여행자와 사업자 간 법률 해석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여행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개정안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한국소비자원도 입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위난상황’에 대한 해석 기준이 모호해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글로벌 OTA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반대했다. 현행 민법상 여행계약에 관한 규정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운송, 숙박, 관광 또는 그 밖의 여행 관련 용역을 2개 이상 결합해 제공하기로 약정’한 것만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패키지, 에어텔, 자유여행상품 등만 해당된다. 즉 숙박, 항공 등 단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OTA는 민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문관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글로벌 OTA의 한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현행 민법 제674조 4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여행계약의 해지에 대해서 해지사유가 누구의 사정에 속하지 않는 경우 각 당사자가 절반씩 부담한다고 하는 것과도 균형이 맞지 않다”고 전했다. 


여행업계 또한 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소수수료 법제화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나 해당 개정안처럼 포괄적인 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A여행사 관계자는 “자연재해, 질병 등의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여행사가 선제적으로 무료 취소 등의 방식으로 고객을 배려했다”고 전했다. 이어 “취소수수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면 고객과의 소통 및 업무 처리가 원활해질 수 있겠지만 그 판단 기준을 정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며 “확산세가 진정되면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여행사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법을 보완하면 된다는 일각의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주요 업체의 손실만 몇천억을 훌쩍 넘기는데 이 모든 걸 어떻게 정부가 메꾸냐고 반박했다. B여행사 관계자는 “오히려 정부가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며 “취소 대란 때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소비자 편에 섰는데 정부가 여행사와 임직원들의 고충에 대해서 한마디만 해줬어도 업무가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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