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서희 기자
곽서희 기자

당연했던 모든 것들은 생각보다 당연하지 않았다. 신학기를 맞이하고 여름이 되면 휴가를 가고 친구들을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는, 지극히 사소하고 지나치게 평범했던 일들이 도무지 어려운 일이 됐다. 익숙함은 소중함을 잊게 한다고 했던가. 변함없이 그대로일 것만 같았는데, 익숙함에 깜빡 속고 있었나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업무 환경도 바꿨다. 취재원들과 식사를 하고 인터뷰 차 사무실을 방문하고, 각종 행사장을 드나들던 숱한 일상들도 더 이상 일상의 범주에 들지 않게 됐다. 대신 서로의 안부가 더 궁금해졌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출근은 하셨는지, 그 때 말씀하셨던 휴가 계획은 결국 물거품이 되었는지. 끝인사는 무엇보다 건강 유념하시라는 당부와 걱정으로 마무리다. 좋은 날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에는 온기가 어려있다. 


2m 거리두기의 영향은 온라인까지 미치진 못했다. 여행사들도 온라인에서만큼은 2cm 남짓한 자판을 한 자 한 자 두드리며 그 어느 때보다 고객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고 있으니 말이다. 카카오톡메시지를 통해 여행사들은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고객들을 향해 진심을 전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고객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업체들끼리도 파트너사를 향한 격려의 손길을 아낌없이 나누는 중이다. 일부 관광협회는 회원사들을 위해 회비를 전액 면제했고,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주요 파트너 업체들에게 위생용품을 기증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무실 책상에는 각국 관광청에서 보내온 간식들과 손소독제 등 선물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달달한 호두과자 한 알에 마음은 한 뼘 더 가까워진다. 서로에 대한 응원과 감사를 표현하는 건 어쩌면 이런 시기여서 더욱 소중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봄이 한창이다. 4월이면 당연히 보리라 기대했던 벚꽃마저도 자연스레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당연한 건 당연히 당연한 게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당연시 여겼던 모든 것들에 감사의 마음을 표할 때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