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
뮤지엄 산

Space, Art, Nature의 앞 자를 따 이름 지은 뮤지엄 ‘산’은 말 그대로 공간 속에서 예술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계의 노벨상격인 플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곡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진 돌담에는 창이나 뚫린 공간이 없어서 외부와 단절돼 있는 느낌이 드는데, ‘소통을 위한 단절’이라는 뮤지엄의 콘셉트를 표현한 것이다. 

뮤지엄 산의 여러 전시관 중에서도 종이 전시관(Paper Gallery)은 특히 특별하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맏딸인 한솔문화재단한솔제지 이인희 고문은 자신이 보유한 컬렉션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종이전문박물관을 세웠다. 박물관으로 들어서자 한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종이요강이 눈에 띄었다. 굳이 종이로 요강을 만든 이유를 들어 보니, 시집가는 새색시가 가마 안에서 소변을 볼 때 가마꾼들에게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색시의 어머니가 종이끈을 일일이 엮고 옻나무 진액을 발라 소변이 새지 않게 만들어 딸을 시집보냈다니, 이렇게나 애틋한 요강이 또 있을까 싶다. 이외에도 파피루스부터 성경, 코란 등 종이 유물들과 함께 종이 인쇄술 역사도 엿볼 수 있다. 전시관 가득한 종이 향은 아날로그 감성을 마구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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