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성수기에도 봄은 오는가

 
곽-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국내여행이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체감했다. 지난 주말에 대부도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길목부터 차가 막혀서 결국 돌아 나왔다. 강릉도 이미 인기 숙소들은 5월 중순까지 예약이 꽉 차있었다. 
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억눌려있던 여행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된 것 같다. 강릉 지역 호텔들은 연휴 기간 동안 예약률이 90% 이상인 곳들도 많다고 했다. 
편- 일종의 보복소비인건가.
곽-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가격대가 높은 숙소들도 만실인 걸 보니 기나긴 칩거생활에 대한 보상심리도 어느 정도 발동했다고 생각한다. 5월6일부터 정부의 코로나19 권고수칙이 완화되면서 사회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는 듯하다. 
편- 아직까지 크루즈 등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의 인원이 이동하며 여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남아있다. 그럼에도 한 울릉도 전문여행사에서는 5월 말까지 대부분의 주말 출발 상품들의 출발이 이미 확정됐다고 했다. 
손- 업계에서는 출발 확정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적이라고 하더라. 이전에는 그마저도 불가능했을 만큼 상황이 안 좋았다는 뜻이다.
지-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국내선 노선들을 재개하고 있는 추세다. 기존에 운항하지 않았던 노선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속속 국내선을 띄우고 있다. 
손- OTA와 여행사들의 관심사도 국내여행으로 쏠리는 중이다. 마이리얼트립은 가이드라이브와 손잡고 국내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가이드라이브는 기존에 해외 패키지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해왔던 터라, 국내여행에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규모나 개발 완료 시점은 미정이어서 아직은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눈여겨볼만한 상황이다. 마이리얼트립이 모바일 기술력에 투자를 많이 할뿐더러 젊은 고객층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바운드 중심의 대형여행사들도 국내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에 국내 전문 여행사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연합으로 모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곽- 규모가 큰 OTA나 여행사들마저 국내 상품에 집중하다보면 영세한 국내 전문여행사들은 더욱 버티기 힘들어질 것 같다. 이러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기라도 하면 기존 업체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편- 여행사들이 국내여행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여행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다.  
곽- 오히려 국내여행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여행은 가격 면에서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고 국민들에게 국내여행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항공사-여행사, 여전히 갑을관계


곽- 외항사 환불 처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모두가 코로나19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항공사에서는 현금 유동성 문제로 환불처리가 지연되고, 소비자는 환불수수료로 골머리를 앓고, 여행사는 가운데에 껴서 난처해진 상황이다. 
손- 외항사는 특히 이번에 문제가 컸던 것 같다. 항공사들은 환불 규정이나 지침을 일방적으로 변경해서 여행사와 소비자에게 통보하는 식인데, 정부에는 계속해서 지원금을 요청하고 있으니 다소 비양심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 여행사들은 사태 초기에 우리나라 국적LCC들이 환불을 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 보니 오히려 외항사가 더 심하다고 했다. 외항사 중에서는 미국, 영국, 유럽 등 해외 출발 건에 한해서만 환불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한국 출발 항공권은 아예 해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손-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서도 치명적이다. 한 번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고객들에게는 해당 항공사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각인되기 때문에 추후 신뢰를 쌓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곽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이 역대급 타격을 받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금도 턱없이 부족한 형국이다. 중국의 경우 중국 3대 국적항공사의 1분기 순손실액만 2조4,0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직원들 월급도 정상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밀려드는 환불처리가 순탄히 해결될 리 만무하다. 
손- 그럼에도 여행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하다. 유일한 해결책은 그저 묵묵히 기다리는 것밖에 없는 답답한 실정이다. 항공권 환불처리로 인해 여행사 항공팀에서는 아직까지도 야근을 이어간다고 한다. 
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착화된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 정리도 이뤄져야할 것 같다. 일방적으로 여행사에게 모든 업무를 뒤집어씌울 게 아니라, 항공사와 여행사 모두가 공동으로 문제 해결에 책임을 져야할 필요가 있다. 

 

취재후는 한 주간의 취재 뒷얘기를 담는 자리입니다.
참가자 김기남, 김선주, 천소현, 손고은, 김예지, 이성균, 강화송, 이은지, 곽서희 기자
*기자 이름 성으로 표기 (편=김기남 편집국장, 지=이은지 기자, 예=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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