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멋진 풍경, 맛있는 음식, 특별한 기념품 등은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다. 그렇지만 짙은 여운을 남기는 건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인 것 같다. 작년에 2주 정도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렀을 때다. 중심부와 멀리 떨어진 평범한 도로에서 사진으로 담고 싶은 벽화를 만났다. 지나가는 자동차들 때문에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웠다. 설상가상 빨간불로 바뀌어 차가 완전히 벽을 가렸다. 유람선 시간에 맞춰 바삐 움직이던 터라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그 순간 2대의 차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뒤차 운전자가 엄지를 척 들며 멋짐의 방점을 찍었다. 캐나다 사람들의 여유와 배려심을 수차례 경험했음에도 또 한 번 놀랐고, 캐나다 여행을 추천할 때마다 곁들이는 에피소드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캐나다를 만났다.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을 공격한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고, 이 사건 중 단 한 건의 용의자도 체포되지 않았다는 뉴스다. 이밖에 독일, 미국, 프랑스에서도 크고 작은 인종차별 사건이 있었다. 공권력의 태도 또한 공분을 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인종차별을 저지른 자국민을 두둔했고, 때로는 방관자의 입장으로 사건을 방치했다. 독일의 경우 경찰이 되려 한국인을 나무랐다. 기사가 나올 때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여행하기 겁난다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사건을 차치하더라도 유럽은 인종차별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여행 목적지다. 포스트 코로나에 급격한 회복세를 맞이하려면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 할 텐데, 관광청이 앞장서면 어떨까 싶다. 지금까지는 목적지를 홍보할 때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즐길 게 얼마나 많았는지에 초점을 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방문 적합성’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방문 적합성에는 위생과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겠지만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인종차별 근절, 문화 차이로 인한 마스크 착용 등을 주제로 한 캠페인 등도 포함되면 좋을 것 같다. 


여행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게 사람인 만큼 단기간에 큰 상처로 남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개선의 노력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지 않을까.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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