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관광지로서 유명한 사찰이 하나쯤 있다. 영주 부석사, 부산 해동용궁사, 경주 불국사 등이 대표적인데, 여수 향일암도 뒤처지지 않는 다. 특히 금오산 기암괴석 절벽에 세워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신비로움’만큼은 단연 독보적이며,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우선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바위틈 사이로 난 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간다. 대웅전에서 향일암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유독 돌로 만든 거북이가 눈에 띈다. 금오산 전체를 이루는 암석들 대부분이 거북이 등껍질 문양을 닮아 그렇다고. 거북이가 경전인 향일암을 등에 짊어지고 남해 바닷속 용궁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취한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곁들여져 향일암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관음전 앞의 원효대사 좌선대도 빠트릴 수 없다. 망망대해를 앞에 두고 어떤 수련을 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그 의지만큼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좌선대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빈다. 그들과 함께 좌선대에 100원짜리 동전을 두고 모두의 안녕을 기원했다.

금오산 절벽에 위치해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향일암
금오산 절벽에 위치해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향일암

사실 향일암이 전부는 아니다. 석천사, 충민사, 용월사, 흥국사 등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여수의 사찰들은 충무공 이순신과의 인연이 깊다는 것이다. 흥국사의 경우 임진왜란 때 절 승려들이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을 무찌르는데 공을 세웠고, 충민사는 충무공 이순신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사당이다. 석천사 주지는 충무공이 생을 마감한 이후 300여년 동안 충민사 수호승장으로 소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수 불교의 역사는 충무공과 함께 했고, 이러한 서사를 알면 더욱 뜻깊은 여행이 가능하다. 

잔잔한 노래가 들리는 것 같은 여수 밤바다
잔잔한 노래가 들리는 것 같은 여수 밤바다

나도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여행의 끝맺음은 역시 이순신대교와 돌산대교가 만들어내는 황홀한 야경이다. 이 모든 걸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종포해양공원이다. 또 여수 밤바다를 제대로  느끼려면 모든 감각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청각을 담당하는 음악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많은 시간을 이어폰과 보내기 때문에 여행만큼은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담아야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는 음악이 여행을 기억하게 한다. 영화에 딱 맞는 배경음악처럼 그 도시의 이미지와 맞는 노래를 들으면 여행지가 한없이 특별해진다. 파리에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Si Tu Vois Ma Mere’가 있다면 여수는 단연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영혼의 단짝이다. 해양공원을 거닐면서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 괜스레 감성에 젖어든다.

별다를 게 없는 여행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법 같은 저녁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조금은 허무맹랑한 소리지만 이 또한 여행의 묘미다. 그렇게 밤공기를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 낭만포차거리에 닿는다. 거북선대교 아래에 자리 잡은 이 공간은 빨간색 포장마차가 한 데 모여 있다. 문어삼합, 서대회무침, 돌산돌문어숙회 등 지역 특색이 가득한 안주에 술 한잔 기울이면 아름다운 밤바다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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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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