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지난 5월은 소비의 달이었다. 독립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동네 마트에서 고기와 채소를 샀다. 지역사랑상품권 구매에도 성공하면서 제로페이 가맹점인 작은 상점과 식당을 평소보다 수시로 찾았다. 재난지원금을 소비한 국민들의 후기와 아름다운 기부, 한시름 놓은 소상공인들의 표정까지 온 나라가 ‘14조원’에 들썩였다. 


하지만 8월 말 소멸되는 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한데, 여행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항공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지만 온라인 전자상거래와 레저업종으로 포함되면서 사용처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여행사나 호텔은 일반여행업이나 관광호텔 등으로 등록되면서 사용에는 제한이 없지만 온라인 결제가 불가능해 실질적으로 소비를 끌어 모으기에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여행업과 관광숙박업, 항공운송업 등은 정부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특별 지원을 펼치고 있을 만큼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에 대해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사용처가 확대되는 것이겠지만, 여행업계 차원에서 스스로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커 보인다. 호텔의 경우 예약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하고 현장에서 결제한다면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항공사는 특별가를 제공하고 여행사는 이를 호텔과 묶어 상품으로 판매한다거나, 여행사를 통해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공항에서 결제하도록 우회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겠다. 


긴급 재난지원금에 대한 소비 진작 효과는 빠르게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13일이 포함된 5월 둘째 주 전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평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그동안 아꼈던 소고기나 외식 소비 등에서 반등 효과가 컸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아꼈다. 길이 열린다면 기꺼이 소비할 수요는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소비가 이뤄져야 무너지지 않는다. 그동안의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길 바라며, 수령한 재난지원금 절반을 남겨뒀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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