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Train 정동진/환선굴 여행 1박2일] 上

봄의 입구에서 정동진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꼭짓점에 모인 그들의 대화 주제는 분명 이 바다였을 것이다
꼭짓점에 모인 그들의 대화 주제는 분명 이 바다였을 것이다

8톤 어치의 시간


꼭 박하사탕이 부서진 듯한 바람이었다. 청량하고 맑고, 또 화했다. 이토록 시원한 바닷바람은 간만이었다. 성큼 가까워진 동해였기에, 뜻밖의 설렘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올해 3월2일부터 강릉선 KTX는 동해역까지 발을 뻗었다. 서울역에서 2시간. 환승도 필요 없다. KTX를 타고 무궁화호 열차나 버스로 꾸역꾸역 갈아타던 시대는 2019년 겨울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정동진은 바야흐로 ‘만만한’ 여행지가 됐다.

바다 곁 열차, 역에 가까워질수록 설렘은 배가 된다
바다 곁 열차, 역에 가까워질수록 설렘은 배가 된다

지난 20년간 정동진은 수많은 이들의 새해를 함께 했다. 매일 똑같이 뜨고 지는 해는 1월1일이면 남다른 의미를 부여받았다. 그리고 조금은 더 특별했던 새해, 밀레니엄을 알리는 2000년의 시작을 앞두고 정동진 앞바다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가 세워졌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이었다. <모래시계>는 이제는 내가 말도 채 떼지 못했을 시절의 드라마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그 여운이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에 짙게 남아있다.


공원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모래시계는 40톤의 무게를 자랑한다. 모래의 무게만 해도 8톤이다. 이 8톤 어치의 모래가 다 떨어지려면 꼭 1년이 걸린다. 매년 1월1일, 시계가 반 바퀴를 돌면 또 다시 모래가 흐르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터였다. 

모래가 아직 반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번 방문 때는 얼만큼 떨어져 있을까
모래가 아직 반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번 방문 때는 얼만큼 떨어져 있을까

모래시계 옆에는 낡은 기관차가 서있었다. 시간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해놓은 시간박물관이다. 국내 최초의 증기기관차와 7량의 객차를 활용해 만든 박물관에는 시계들로 가득했다. 시계들은 세상을 품고 있었다. 특히 프랑스 혁명 시대의 회중시계가 그랬다. 내가 보지 못했던 과거의 무수한 역사를 이 중후한 시계는 전부 보았을 터였다. 시간 앞에서 난 고작 100년 남짓 살아갈 뿐인 미생이 됐다. 한없이 겸손해졌다. 박물관의 마지막 칸은 방명록을 남기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 이내 펜을 들었다. 속절없는 시간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쩌면 기록밖에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시간박물관의 마지막 칸을 가득 채운 빼곡한 기록들. 글은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되고 간편한 수단 같다
시간박물관의 마지막 칸을 가득 채운 빼곡한 기록들. 글은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되고 간편한 수단 같다

 

주목! 우수여행상품
퍼시즌투어 [O.V-Train 정동진/환선굴 여행 1박2일]

글·사진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