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했던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출장과 시장조사를 핑계로 서울을 벗어났다. 4월 여수, 5월 부산, 6월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6월은 4월과 사뭇 달랐다. 같은 지역이 아니라 정확한 비교는 아니겠으나 여행을 대하는 분위기가 변했다는 건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6월14~16일,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온 제주도는 상시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고는 예년과 달라진 게 없었다. 8만원으로 구매한 3·3배열의 대한항공 항공편은 왕복 모두 한 자리도 빠짐없이 사람들로 채워졌고, 제주공항 면세점은 담배와 주류,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호텔은 당일 만실이라 주차장 사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빛도 크게 달라졌다. 벚꽃이 흩날리던 4월의 여수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면, 제주도에서는 관광객부터 호텔, 식당, 관광지, 지역민까지 방역수칙 준수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것처럼 느껴졌다. 


각종 설문조사와 현지 업체로부터 전해 듣던 국내여행의 흐름에 대해서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여행을 함께하는 구성원의 변화가 뚜렷해 보였다. 제주도는 원체 가족여행객이 많다지만 이번엔 더욱 도드라졌다.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와 조부모를 동반한 여행객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반면 관광버스 단체여행은 한 팀도 보질 못했다. 용머리해안, 송악산 등 주요 관광지 어딜 가나 대형버스를 위한 주차공간은 덩그러니 비어있었다. 그나마 6~10명으로 구성된 소그룹 여행객은 이따금 마주쳤다. 또 골프 여행객도 부쩍 늘어난 것 같았다. 골프백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수하물 컨베이어벨트에 쉼 없이 쏟아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결국 여행사가 여행객의 변화에 맞춰가야 할 것이다. 재개 시점이 불분명한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소그룹을 위한,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맞춤상품을 준비하거나 액티비티나 자연탐방 특화 상품 등 해당 여행사만의 철학이 담긴 일정도 괜찮을 것 같다. 안전과 방역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만큼 가이드 등 인적 서비스의 깊이를 더할 수도 있겠다. 패키지에 한계를 느꼈다면 FIT를 겨냥한 플랫폼 준비도 대안 중 하나일 것이다. 명확한 길이 없다면 남은 건 혹독한 가격 경쟁뿐이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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