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최근 2~3년 동안 해외여행을 다루는 TV 예능 프로그램은 넘쳐났다. 여행이 핵심 주제가 아닌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다 챙겨보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종적을 감췄다. 특히 여행 예능의 대표 격인 KBS2 <배틀트립>은 종영했다. 이런 상황에서 4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tvN의 <더 짠내투어>는 무척 반가웠다. 국내여행이 조금이나마 가능한 시점이라 6월30일 제주도편으로 방송을 재개했다. 그 속을 들여다보니 여행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것 같았다. 


해외여행을 다뤘던 지난 회차들을 보면 관광지, 식당, 숙소가 주된 내용이었고, 액티비티는 여행의 한 끗을 올리는 조미료 역할을 했다. 특히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여행객을 겨냥해 매번 비중 있게 조명했다. 하루의 끝을 편안히 마무리하고, 다음 날의 상쾌한 시작을 보여주기 위한 다리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 방송에선 숙소 콘텐츠는 전혀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다양한 야외 액티비티가 채웠다. 또 식당과 카페도 야외 좌석이 있는 곳을 다니며 실내 활동을 최소화했다. 어떻게 해서든 출연자들을 밖으로 나가게끔 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곳곳에서 보였다. 


여행사들도 결국 집이나 호텔 안에 숨어있는 고객을 나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시국인 데다 하루면 멀다 하고 나오는 국내선 특가와 OTA의 할인 공세 때문에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여행의 주류는 호캉스인 것 같다. 배달 앱도 파격적인 딜을 선보여 식당 가는 일도 많이 줄었다. 게다가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넷플릭스, 티빙 등 OTT의 이용률이 최근 몇 달간 급격히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작년 11월 월간 이용자 수가 275만명인데 반해 올해 5월에는 479만명까지 늘어났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재밌는 것 천지다. 안전은 덤이다. 


그나마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공격적으로 양양에 신규 취항하면서 서핑을 새로운 카드로 내놓았다. 소규모 여행사 혹은 스타트업은 파티시에, 여행작가 등 전문가와 동행하는 여행 상품으로 예비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여행사들이 외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면 조금의 탈출구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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