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얼마 전 목포를 방문했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목포는 사뭇 달라졌다. 목포역 근방의 구시가지에는 예쁜 숙소나 카페 등으로 변신한 문화재 건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고 새로 생긴 스카이워크와 케이블카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여전히 근대문화역사지로 충분한 가치를 가진 목포에 조용하지만 확실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았다. 


취재차 방문한 목포에서는 이처럼 새로 오픈한 곳들을 조명하는 한편 숙소는 오래된 곳을 택했는데 마침 목포에 머물고 있던 선배의 추천 때문이었다. 가족관광호텔. 또박또박 적힌 간판을 보고 연륜을 짐작했다. 선배는 이 호텔을 벌써 20년 전부터 알고 지냈고, 목포에 오면 종종 들르는 곳이라고 했다. 방에 들어서자 새하얀 침구 대신 파란색 이불과 꽃무늬 벽지가 격하게 반겼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보수와 리모델링을 이어온 흔적이 보였지만 요즘 새로 지은 호텔의 화사함과 고급스러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촌스러운 분위기에 생긴 편견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만족스러운 점들이 더 많았다. 바삭바삭한 소리가 날 정도로 뽀송한 침구와 얼룩 없는 세면대, 먼지 하나 없는 바닥까지. 오랜만에 느낀 열쇠의 묵직함도 반가웠다. 이 정도 연륜의 호텔을 관리하는 데 얼마나 고집을 부렸는지 알 것만 같았다. 


며칠 후 서울로 돌아와 야놀자 관계자를 만났다. 야놀자는 지난 7월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객실 관리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면 투숙객들은 스마트폰으로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직접 할 수 있고, 객실 문도 열고 잠그며 실내조명이나 냉난방 시스템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룸서비스를 주문하면 로봇이 배달해주기도 한다. 기술로 인한 이런 변화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분명 보다 편리하고 빠를 것이고,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미래 가치와 맞아 떨어지는 변화다.  


변화의 속도를 대하는 태도는 제각각일 것이다. 구식이라고 해서 감히 폄하할 수 없고, 새로운 변화만을 쫓을 수도 없다. 나는 그저 어느 날에는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무궁무진한 호텔 서비스를 즐기고, 어느 날에는 낡고 묵직한 열쇠를 손에 들고 싶다. 새것과 옛것이 동거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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