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행사 20~30% 할인가로 객실 모으기
“내년에는 풀린다”… 해외여행 재개에 배팅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내년을 준비하는 여행업계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일부 여행사들은 2021년 호텔 객실을 하드블록과 같은 형태로 선구매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체인 호텔들도 평소보다 빠르게 내년도 요금 정책을 내놓고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여름 성수기마저 지지부진하자 사실상 올해 장사는 가망이 없다 판단하고 한발 빠르게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자금력을 가진 중국의 일부 여행사들과 국내의 한 여행사가 해외 호텔 객실을 항공권 하드블록처럼 계약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입장에서는 요금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대신 당장 급한 현금을 확보하고 여행사 입장에서는 싼값에 객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A 해외호텔 관계자는 “지금 내년도 객실을 계약하는 여행사들은 공시 운임보다 많게는 20~3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객실을 확보하고 있다”며 “극히 일부에 한해 벌어지고 있는 조용한 움직임이지만 해외여행이 재개된 이후에는 이 같은 여행사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다수 글로벌 호텔들의 내년 요금 정책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동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운영 비용은 올랐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요금을 올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가격을 낮추기엔 호텔의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호텔들은 여름 성수기가 지나갈 무렵부터 이듬해 요금을 정하고 B2B 계약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만 올해 해외여행 수요를 잃고 한산해지자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 보인다. B 해외호텔 관계자는 “요금은 올해와 동일하게 책정했지만 지금 계약하겠다는 곳이 있다면 협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판매 조건도 기존보다 완화하고 요금뿐만 아니라 기타 혜택도 제공할 여지가 많지만 선뜻 계약을 진행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여행사들도 내년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지만 고심하는 분위기다. C 여행사 관계자는 “호텔에서 파격적인 B2B 요금을 제시하면 솔깃한데 막상 물량을 확보하기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우선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에 조금 더 무게를 싣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ITB 차이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여행사들은 6~12개월 안에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 200여 개의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9~12개월 내 아웃바운드 여행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고은 기자 koeun@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