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의도치 않게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많아지니 배움의 욕구가 솟아난다. 생전 요리라고는 해본 적 없지만 유튜브 영상을 보며 다양한 레시피를 따라해 본다. 제법 소질이 있는 듯하다. 문득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업계 지인을 만났다. 요리에 관심이 간다고 하니 최근 정부 지원금을 받고 조리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돌아왔다. 그동안 하는 일 없이 매일 집에만 있으니 눈치가 보였는데 꾸준히 무엇인가를 배우고 밖으로 나가다보니 막막한 현실에 그래도 활기가 생겼다고. 


정부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국민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여행업 종사자들은 5년 간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과정별로 차등은 있지만 자부담도 거의 없다. 타 업종에 비해 보다 부담 없이 더 많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내일배움카드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이전에는 이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젠 어떤 과정을 들을지 매일 고민한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6월 들어 여행업 종사자 교육 과정 신청 건수가 전월대비 6.3배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다 보니 슬슬 살길을 찾아가는 움직임도 있을 테고, 먼저 과정을 이수 중인 이들의 만족스런 후기도 일부 작용했을 테다. 


관심사도 다양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위권에는 다양한 업종의 교육과정이 자리했다. 바리스타, 제과제빵, 조리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교육을 듣고 있는 주변 반응을 살펴보면 취미로 식음료 과정 등을 시작했다는 이들이 다수지만, 전직을 위해 회계 등 전문 교육을 듣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업무 관련 능력을 적극 개발하는 여행인들도 있다. 영상 편집 과정을 듣고 있는 한 지인은 “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부터 팸투어 및 호텔 인스펙션 시 회사에 사진 대신 동영상을 제출해왔다”며 “그동안 시간이 바빠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을 단순 제출하는 수준이었는데 추후 회사에 복귀했을 때 이번에 배운 영상 편집 능력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출퇴근길 휴대폰으로 교육과정을 살펴본다. 배움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큰 무기니까.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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