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코로나19가 무섭게 들이닥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여행업계는 한동안 여행 취소 전쟁을 치른 이후 사실상 휴전에 들어갔다. 지난 반년 동안 여행 기업들의 위기대응 정책도 연차소진 장려, 희망퇴직 접수, 임원 급여 반납부터 시작해 유급휴직과 무급휴직까지 확대됐다. 덩치 큰 기업들도 휘청거리는 마당에 소규모 개미 여행사들의 타격은 오죽할까. 어떤 여행인은 최근 1년 사이 본인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작년 여름 일본 보이콧에 허리를 삐끗했는데, 올해 코로나19에 무릎을 꿇었다고. 


예상대로 상반기 여행업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코로나19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1분기에는 반타작 성적표를 받았지만 2분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거의 증발한 수준을 보였다. 8월 중순 상장 여행사들이 발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롯데관광개발, 세중여행사까지 6개 상장 여행사들의 순손실액만 약 1,486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관광개발과 세중여행사는 2분기 매출이 5억원 미만으로 나타나 주권 매매거래정지 처분까지 받았고, 손실액을 집계할 수 없는 전국의 약 1만7천개 여행사들을 생각하면 더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기보고서에는 의외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여행인들의 실업에 대한 불안감과 업계에 대한 회의감이 만연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대규모 여행업계 이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도 만만치 않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상장여행사들의 직원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폭락한 매출과 영업이익,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결과다. 


어려움 속에서도 여행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고용유지지원제도 덕분도 있겠지만, 한편에는 여행업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라는 밑거름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언젠가 다시 시작되리라는 믿음, 많은 여행인들이 긴 터널 속에서도 여행업과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다. 여행산업의 가치는 분명 커진다는 확신이 있다면, 기다림 또한 충분히 가치 있는 결정일 수도 있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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