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한동안 이런 생각에 젖어있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그런데 요즘 나는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끔찍한 가정이지만 이쯤 되니 그저 웃고 넘길 일도 아닌 것 같다. 


뼈 때리는 자문을 하게 된 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가 진행하는 직무역량강화 교육 강의를 듣고 난 이후다. ‘가고 싶은 여행 상품 개발’ 강의에서 가능성연구소 서종우 대표는 내년에도 인·아웃바운드 시장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생각하고 새로운 여행 상품을 개발할 것을 권유했다. 서 대표는 특히 ‘대리 만족’이라는 심리를 주목했다. 상공만 비행하다 되돌아오는 ‘해외여행 가는 척’ 상품이나 현지 가이드들이 온라인을 통해 ‘랜선 여행’을 방송하는 것에 대해 “이게 과연 진짜 여행이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많지만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없는 시기가 길어지면 간접적이라도 대리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미 여행의 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여행에 대한 갈망은 생각보다 더욱 클 수 있다. 


서 대표의 말대로 대리 만족감을 주는 여행은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9월25일 하나투어와 아시아나항공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스카이라인 투어, 일명 ‘해외여행 가는 척’ 상품은 출시 당일 바로 매진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선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초대형 기종 A380을 20~30만원대로 탑승해보고 기내식이나 각종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상품은 10월24일과 25일 이틀간 진행되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니 후발 상품이 나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마이리얼트립도 여행 가이드가 소장하고 있는 현지 영상을 소재로 한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투어’의 인기에 힘입어 이번에는 현지에 있는 가이드가 실시간으로 현지 모습을 중계하는 실시간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19는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고, 보다시피 우리는 바뀐 일상에 무섭게 적응해가고 있다. 익숙한 시선을 거두고 달라진 시장을 냉철하게 분석할 때가 됐다. 의미 없는 실험은 없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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