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사무소 전전하고 경력자도 신입 취급
여행업 전문인력 근간 뿌리채 흔들릴수도

반년이 지나도록 대부분 휴업 상태인 여행업계에는 최근 위기감이 더 짙게 감돌고 있다. 그동안 유급휴직이든 무급휴직이든 회사의 결정에 따랐던 여행사 직원들이 하나둘 업계를 떠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상화를 기다려왔지만 고용 불안감과 생계 걱정에 그야말로 절망적 이직으로 내몰리기 시작한 셈이다.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는데 솟아날 구멍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듯하다. 


상반기 상장여행사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직원 수는 전년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종사자 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소규모 영세업체들 역시 직원들의 대거 이탈 현상은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유급휴직에서 무급휴직으로 확대한 곳들이 대폭 늘었고 언제 정상화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나날들이 길어지면서 ‘재취’를 결심한 이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최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여행업 라운지에서는 이직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이 채팅방에서는 고용유지지원제도나 실업급여, 내일배움카드에 대한 정보와 여행재개에 대한 희망,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메시지가 오갔으나, 9월 들어서는 자격증 공부, 면접 및 이직에 대한 후기가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직을 계획하거나 이직에 성공한 이들 대부분은 정상화를 원하지만 당분간 가망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이직의 이유를 밝혔다. 내년에 다시 업계가 정상화가 된다면 돌아오겠다는 이들도 여럿이었지만, 앞으로 1~2년 안에 정상화가 불가능하니 다른 길을 찾는 게 빠를 것 같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간 여행업 안에서의 이직은 비교적 쉽고 잦았는데, 그만큼 전문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 여행업 경력을 다른 업종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채팅방에서는 ‘인력사무소에 타인명의로 보험 적용이 안 되고 최저시급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알선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공장을 소개해줬다’, ‘여행업 경력 5년인데 타 업계 인사과를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OP 경력으로는 고객관리나 CS, 콜센터 영업직 외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어딜 가더라도 신입으로 가야한다’와 같은 구직 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후기가 올라왔다. 


과거 IMF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사스, 일본 대지진과 같은 큰 위기를 겪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휴업 조치나 구조조정이 대거 벌어졌고 수많은 전문 인력들은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특히 사원에서 대리 등 5년차 미만의 이탈이 컸다. 시장이 회복된 후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력난을 겪었던 이유다. 지금도 곳곳에서 전문 인력들의 탈업계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만큼 향후 여행시장이 정상화되었을 때 인력난을 앓는 도돌이표를 그리지 않기 위해서는 더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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