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현실 제대로 전할 단일 채널 마련해야
유럽선 여행·항공·호텔 등 모여 EU에 공개서한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이 이어지면서 여행업계의 현 상황과 요구사항을 강력하게 전할 수 있는 단일 창구를 마련하고 결집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전국 시도관광협회, 한국여행업협회(KATA) 등 여행업 관련 협회와 단체가 대정부 건의 등을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는 했지만, 벼랑 끝으로 몰린 여행업 현장의 절박함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ATA는 여행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요청 등 각종 건의에 이어 8월에는 여행업 위기 극복 세미나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국 시도관광협회 회장단도 9월17일 대구에서 모여 관광업계 생존방안을 모색하고 여행업계 생존을 위한 관광소비 진작책을 요구했으며,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서울시관광협회는 9월24일 간담회를 갖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 무기한 연장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금액 확대 및 진입장벽 완화 ▲지방세 감면 등의 후속 요청사항을 도출했다.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개별적 산발적으로 진행돼 파급력이 약하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요구사항이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고 정책으로 반영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는 중소여행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일부 중소 업체 대표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업 종사자들의 무력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정치권, 언론에서도 대기업에 속하는 항공사들의 목소리는 그나마 듣는 것 같지만 여행업계는 반년째 숨죽이고만 있다”며 “이해관계는 잠시 제쳐두고 여행업을 대표하는 여러 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지금이라도 업계에 필요한 사항을 응집력 있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별, 업종별, 규모별로 관광 관련 협회와 단체가 하나의 구심점을 만들고 한목소리로 여행산업 생존을 위한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여행업계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유럽에서는 최근 업종과 상관없이 관광 관련 많은 단체들이 모여 유럽연합(EU)에 묵직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인디펜던트, 텔레그래프 등 유럽 주요 언론의 9월말 보도에 따르면, 유럽 전역의 노조와 25개의 여행·관광 단체들은 유럽연합(EU)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위원장과 집행위원회 지도부에 공개서한을 9월18일 전달했다. 이번 공개서한에 동참한 단체는 IATA, ETC(European Travel Commission), ACI EUROPE(Airports Council Inter national Europe), ACA(Air line Catering Associations),  ECTAA (European Travel Agents’ and Tour Operators’ Associations), ETF (European Transport Workers’ Federation) 등 총 25개로, 여행사, 항공사, 공항, 철도, 호텔, 지상조업사 등 여러 업종의 협회가 힘을 모았다. 


격리 조치 대신에 EU 공통의 여행용 코로나19 테스트 프로토콜을 도입해 이동 자유성을 보장하라는 게 공개서한의 주요 골자였다. 이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각종 제한이 유럽 관광산업 종사자 2,700만명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고, 9월 첫 2주 동안에도 유럽 공항의 여객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만큼 위원장의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 위원장이 관광 관련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각국 원수들과 직접 대화해야 하며, 국경 개방과 격리 조치 해제를 위한 EU 테스트 프로토콜 개발도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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