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달라졌다. 전염병에서 기후재난까지, 그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는 곳마다에 공통의 키워드 ‘생태’가 있다. 생태관광에 실린 오해와 선입견에 대해 가감 없이 말해 줄 전문가, 박종석 센터장을 만났다. 그가 몸담은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와 함께  전북 12개 시도 생태관광지 여행도 함께 시작한다.  

코로나19 이후 생태관광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감하는가?


전북의 경우 확실히 올해 생태관광의 문의와 수요가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지구적 문제인 코로나 팬데믹의 시작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성에 기인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생태여행의 중요성이 대두된 측면이 있다. 생태관광의 문제의식은 여행이나 관광 활동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지구별에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개체군은 오히려 줄어드는, 인간 중심의 활동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 시대에 생태관광이 더 중요해진 이유가 있다면? 


단지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이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만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게 아닐까? 최근 관심이 더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라북도가 생태관광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정책을 기획하기 시작한 시점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에도 주목했던 관점은 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들이 누리는 여행이나 관광이 어떤 태도를 지향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요약하자면 ‘장소 지향의 여행에서, 방법 지향의 여행으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태관광은 생소하다. 그냥 관광과 어떻게 다른가?


생태와 관광이 운명적 갈등 영역에서 만난다고 봐야 한다. 생태학에서 다루는 이론과 제도, 법과 정책에 놓인 개념적 문제와는 별개로, 생태와 관광은 서로 다른 가치를 품은 채 이 시대에 융합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가치 측면에서 생태관광은 일반 관광과는 특별하게 구분된다. 이미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만나는 여행’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일단 여행해 보아야 한다(웃음).  (웃음) 모호한 대답이신데. 좀 더 설명하자면, 여행지의 숲에는 어떤 새와 어떤 곤충들이 함께 사는지, 강가에는 어떤 어류들이 함께 서식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여행이랄까? 다시 말해, 생태관광에서 말하는 ‘여행지’에는 주민들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귀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일반적인 여행지가 즐거움을 위한 대상이 된다면, 생태관광은 그 즐거움이 공생이나 공존의 배경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를 것이다.  


생태관광 하면 흔히 아이들을 보내는 자연학습이 연상된다. 교육적일 것 같아 벌써 지루하다.

어른들이니까 해야 한다. 아이들한테 뒤처지면 안 되니까(웃음). 생태관광의 대상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에게 해당한다. 다만, 기성세대들이 생태여행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미래 세대에게 이어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태관광은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교류하는 가장 편안한 여행이다

 


전라북도는 5년 전부터 생태관광육성지원사업을 개시했다. 특별한 동력이 있었나?  


자연자원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고, 환경정책의 변화, 생태계 서비스 등이 새로운 부가가치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적 맥락을 전라북도에서 빨리 읽었다고 볼 수 있다. 전북에서는 12곳의 시군에서 생태관광이 가능하도록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선정 기준은 생태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높은 자원이 있는 곳,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주체로서 공동체가 활동하는 곳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원들인가?

전라북도만의 생태관광 정체성이 있다. 섬진강과 금강의 발원지가 있고 마을숲의 보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쌀을 의미하는 너른 평야와 오래된 람사르습지, 백두대간의 산림과 서해 갯벌 등 아직 훼손되지 않은 자연자원들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생태관광 활성화가 자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흐지부지되었다. 정책적인 의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잘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태관광은 우수한 자원만 가지고 있다고 될 수 없고, 의지와 동기가 모두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전라북도의 생태관광은 정맥, 평야, 습지 등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시군의 핵심자원을 기반으로, 예산을 투입해 환경적 인프라를 적정한 범위 내에서 조성하고, 생태 상징물이나 깃대종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결합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생태 보전 공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길게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생태여행이다.  


생태관광과 일반 관광은 경쟁하는 관계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경쟁이 있을 수 있다. 마트나 매장에 일반 식품과 유기농 제품이 함께 놓여 있는 상황이라 생각해 보자. 관광도 하나의 상품이자 서비스업의 제품이라면, 시장의 엄혹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생태관광을 시장성으로 말하자면, 건강하지만 조금은 비싼 상품의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들어간 노력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상품이 친환경일 필요가 없듯이 모든 여행이 생태적일 필요도 없다.

 
‘여행’은 여가를 위한 소비인데, ‘생태’는 운동(Movement)이나 캠페인 같은 느낌이다. 휴식과 놀이 vs. 가치를 추구하는 삶. 이렇게 서로 다른데 하나의 행위로 묶여 조화로울 수 있을까? 


좋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여러 관점이 함께하는데, 특히 정책을 기획하는 관점과 정책을 누리는 관점이 교차한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태관광은 향유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운동 지향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생태여행을 마치고 나서 자연에 대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반면에 정책의 기획자는 가치지향성을 가져야 한다. 여행과 관광이 산업적으로 지나치게 팽창하는 과정이 있었고, 생태관광은 자연자원의 감소나 야생동물의 멸종, 오염물질의 발생과 지역의 문화적 훼손에 이르기까지 그 소비에 대한 반성적 태도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보다는 도보로 이동하고, 1회 용품도 줄여야 하는 등 생태관광은 좀 까다롭다. 편한 생태여행은 불가능한가? 


비교적 간단한 문제다. 생태관광을 즐겁게 받아들이거나 자연스러워지면 그 불편함이 익숙해지고 유익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숲에서 휴식하고 놀아도 된다. 다만 처음에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에서의 불편함은 어느 분야나 모두 있는 것 아닌가. 선남선녀 사이의 연애 과정도 그렇지 않은가(웃음)? 좀 거창하지만, 삶에 변화를 주고 싶거나, 계기를 마련하고 싶은 개인에게 생태관광을 권한다.  


연애라고 하니 이해가 될 듯도 하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연애, 아니 생태관광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이 지구별에 온 손님이다. 백 년 남짓 살다가 다른 별로 떠나야 한다. 생명을 가진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이렇듯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 나 이외의 존재에 대한 이해도 커지는 셈이다. 그런 여행을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생태관광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생태관광을 편안하게 느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생태관광은 특별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고 교류하는 가장 편안한 여행이다.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박종석 센터장

국내 사회적기업 1세대로 농촌 공정여행의 창립을 주도했으나 절반의 실패를 경험하며 지역의 어려움을 체감했다. ‘유네스코 MAB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위원을 역임하고 ‘동북아평화연대’, ‘평화의 바다, 백령도 물범조사’ 등의 활동을 통해 한반도의 생태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DMZ 생태관광’ 심사역을 병행하며 행정과 공동체의 영역 사이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제4섹터’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근 논의 중인 ‘커먼즈’의 현장으로서 생태관광의 중요성을 확인하며, 자연과 사람과 사회의 좋은 삶을 연구 중이다.  인스타그램   jeonbukecotour 
 

정리=천소현 기자  사진=김민수(아볼타)  자료제공=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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