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박사·롯데제이티비 대기업 계열사도 단행
정리해고 가능성에 어쩔 수 없이 신청하기도

여행사들이 잇따라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고 있다. 지속되는 여행시장 침체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두 손을 든 모양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 계열사마저 인력 감축에 나서며, 앞으로 여행업계 희망퇴직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HN여행박사는 대규모 인력조정에 나섰다. 10월7일부터 13일까지 현재 출근하고 있는 직원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 25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 받았다. 정확한 신청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회사 상황에 따라 정리해고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공지가 있었던 만큼 실제 감축 규모는 최대 25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은 1개월 치 급여가 위로금으로 지급되며, 11월30일자로 퇴직처리 될 예정이다. 


롯데제이티비는 직원의 1/3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10월5일부터 9일까지 신청 받았으며, 총 직원 200여명 중 6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로금은 근속 연수에 따라 ▲6년 이상 월 급여의 450% ▲3년 이상~6년 미만 350% ▲3년 미만 250%로 차등 지급된다. 롯데제이티비 관계자는 “근로자 대표를 선임해 희망퇴직에 관해 3주 정도 협상을 거쳤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동안 함께해 준 직원들을 위해 위로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는 더욱 매서운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롯데관광과 자유투어가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레드캡투어도 7월 경 기존 패키지사업부를 상용 담당 부서만 남기고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레드캡투어 패키지사업부에 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으로 정리됐고, 일부는 렌터카 사업부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 계열사로 자금력이 탄탄했던 여행사들마저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내년 가을은 돼야 시장이 정상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임원진들도 폐업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여행 패턴이 많이 달라진 만큼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있다. NHN여행박사의 한 직원은 “예전에 회사가 휘청거렸을 때 함께 이겨낸 직원들이 많아 타사에 비해 유난히 애사심이 강했다”며 “국가 지원금이 내년 1월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3개월 만에 희망퇴직에 돌입하는 회사의 냉담한 대처에 실망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 남아 있어도 고용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여행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회의감도 작용했다. 롯데제이티비의 한 직원은 “몇 달 째 월급이 제대로 안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어서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며 “몇 년 째 몸담은 업계를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떠나게 돼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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