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당기는 서남부권 명품여행 2박3일 中

유달산 조각공원의 조각품 중 마음을 끌었던 작품 Ⓒ목포 시청
유달산 조각공원의 조각품 중 마음을 끌었던 작품 Ⓒ목포 시청

아따, 난중에 목포 한 번 다시 들르쇼. 겨울엔 또 색다른 매력이 있응께.
택시아저씨의 친근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다음번 방문을 기약했다. 목포는 멀고도 가까웠다.

영혼이 거쳐가는 산


유달산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봤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목포하면 떠오르는 노래 두 가지. <목포의 눈물>과 <목포는 항구다> 두 곡에는 모두 유달산이 등장한다. 하나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고,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인데. 도대체 어떤 산이길래 그리움의 정서를 담은 곡조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걸까. 궁금증을 참지 못해 발걸음을 돌렸다. 


고하도 전망대까지의 산책로가 생각보다 가팔랐나보다. 들뜬 마음으로 간만에 운동을 했더니, 각 잡고 등산을 하기에는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유달산은 가보고 싶고 등산은 부담스러웠던 찰나, 유달산 조각공원이 훌륭한 대안이 돼줬다. 이른바 ‘유달산 맛보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물론 저질체력의 게으른 여행자에게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목포역에서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접근성도 단연 훌륭하다. 

작품 뒤로 목포 시가지가 넓게 펼쳐져있다 Ⓒ목포 시청
작품 뒤로 목포 시가지가 넓게 펼쳐져있다 Ⓒ목포 시청

유달산 자락 이등바위 아래, 유달산 조각공원이 호젓이 자리해있다. 국내 최초의 야외조각공원인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국제조감 심포지엄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조각품들이 다수 전시돼있어 방문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공원 내 산책로를 따라 설렁설렁 걸으니, 곳곳에 재밌는 조각들이 눈요깃거리가 돼준다. 걸어가는 사람 모형, 수풀 사이의 사슴 조각, 허공을 응시하는 남자의 얼굴 조형 등 작품들이 생각지 못한 곳에서 불쑥 나타나곤 한다. 작품들은 멋진 포토존이 되기도 한다. 사진을 한 컷 남겼다. 거대한 야외갤러리에 있는 듯하다. 여러모로 훌륭한 산책 동반자들이다. 조각품 주변으로는 희귀수목을 비롯해 은행나무와 벚나무 등 관상수가 심어져있다. 이렇게 공기가 달콤한 갤러리는 또 처음이다. 

향기로운 꽃 사이에 고고히 서있는 사슴 조각
향기로운 꽃 사이에 고고히 서있는 사슴 조각

공원을 오르고 올랐다. 탁 트인 시야가 한 번 더 눈을 즐겁게 한다. 목포시가지와 영산호, 고하도, 갓바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유달산의 다른 이름은 영달산이다. 예부터 영혼이 거쳐가는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달산 자락에 서서 목포시와 다도해를 굽어보니 과연 이름값 한 번 제대로 한다. 고고한 영혼이 잠시 쉬었다가 훌쩍 떠날 것만 같은 풍경이다. 목포를 대표하는 두 노래가 다시 생각났다. 이제서야 애달픈 가사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산이라면, 그래, 몇 번이고 그리워지겠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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