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당기는 서남부권 명품여행 2박3일 下

아따, 난중에 목포 한 번 다시 들르쇼. 겨울엔 또 색다른 매력이 있응께.
택시아저씨의 친근한 말투에 나도 모르게  다음번 방문을 기약했다. 목포는 멀고도 가까웠다.

갓을 쓴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는 목포 갓바위 ⓒ한국관광공사
갓을 쓴 사람의 형상을 닮았다는 목포 갓바위 ⓒ한국관광공사

버섯 같기도 하고, 찌그러진 오이 같기도 하다. 옆에서 보니 홈이 움푹움푹 파인 게, 달 표면과도 닮았다. 깊숙한 바다에 사는 이름 모를 해양생물도 떠오른다. 아하, 한 걸음 떨어져 면밀히 살펴보니 정체를 알았다. 삿갓을 쓴 사람의 형상이다. 


천연기념물 제500호로 지정된 목포 갓바위는 자연이 남긴 조각이다. 과거 화산재가 쌓여서 생성된 응회암과 응회질 퇴적암류들이 오랜 시간동안 풍화작용을 거쳐 지금의 갓바위가 됐다. 거기에 파도도 한 몫 했다. 긴 세월동안 파도가 부딪혀 수면과 맞닿은 바위 아랫부분이 침식작용으로 깎여나가게 됐다. 유달산 조각공원에서 인간이 만든 예술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면, 여기선 자연이 빚은 조각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갓바위로 향하는 길, 고즈넉한 풍광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갓바위로 향하는 길, 고즈넉한 풍광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갓바위는 우뚝 솟은 두 개의 바위로 이루어져있다. 하나는 크고, 다른 하나는 조금 작다. 8m짜리는 아버지 바위, 6m짜리는 아들 바위라고 불린다. 오래 전부터 구전돼 내려오는 전설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병든 아버지를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 아들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양지바른 곳에 모시려다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트린다. 아들은 불효를 저질러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어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먼 훗날 그 자리에 두 개의 바위가 솟았다. 


갓바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모양이 변하고 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공기와 햇살이 존재하는 한, 갓바위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뀌게 될 거다. 세월이 지나면 갓바위 주변의 해안지형도 갓바위와 유사한 모습의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제2의, 제3의 갓바위가 조각될 날이 기다려진다. 첫 관람객은 내가 되었으면 한다. 
 

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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