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려움 호소하며 계약불이행
미수금 수 천만원… 소송으로 번질 수도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여행사와 랜드사 간의 정산에도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여행사가 랜드사에 지급해야할 미수금 정산이 차일피일 늦어진 것은 물론, 장부상 공식 미수금과 다음 행사를 거래하는 조건으로 암암리에 남겨둔 비공식 미수금의 간극을 메울 책임자도 사라졌다. 여전히 항공권을 환불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소비자들도, 그 사이에서 판매를 중개한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난감한 처지가 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여행업계는 환불 대란을 겪었고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등 칼바람이 몰아쳤다. 고꾸라진 매출에 영업을 지속하기 버거운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약속된 미수금과 환불금을 받지 못한 랜드사와 일부 소비자들은 떼일 걱정에 애타는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 랜드사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처리되었어야 할 지상비를 11월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랜드사에 따르면 A여행사는 지난 4월 경 미수금 중 우선 20%를 지급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업계가 회복되면 나머지 잔금을 치르겠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랜드사는 수 천만원에 달하는 미수금 중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A여행사는 폐업하지 않았지만 현재 기존 사무실을 정리하고 온라인 채팅으로만 소량의 상담 업무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수금의 속내도 복잡하다. 여행업계에는 사실상 지난해부터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여행사 이름이 여럿 거론됐다. 하지만 랜드사들은 이들 여행사의 현금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거래를 중단할 수 없었고, 무리한 지상비 인하 요구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낮은 단가로 지상비를 맞춰주면 다음 단체 손님을 보내주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여행상품의 유통구조 상으로도, 앞으로의 거래를 위해서라도 랜드사는 여행사의 요구를 따르는 일이 빈번했다. 계약은 회사 대 회사로 체결하지만 실무 담당자들과의 암묵적인 구두 거래는 계산서 내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실제 지상비는 2,500만원이지만 계산서에는 2,000만원만 포함하고 나머지 500만원에 대해서는 다음 거래를 위해 한 마디로 ‘퉁 친’ 것이다. 하지만 올해 희망퇴직, 휴직 등으로 주요 담당자들이 줄줄이 일터를 떠나면서 이에 대한 책임도 공중에 뜬 상태다. 한 랜드사는 “이 경우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며 “연락이라도 닿으면 희망이라도 걸겠건만 깜깜 무소식이니 마냥 기다려야할지, 소송 분쟁으로 가야할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항공권 환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도, 이를 판매 중개한 이커머스도 연락이 닿지 않는 여행사들 때문에 초조하긴 매한가지다. B 이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항공권 유효기간도 지나버렸는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여행사가 받지 않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고 문의가 들어오지만 우리도 판매 중개업자라 환불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여행사에 있다고만 응대한다”며 “직접적인 보상은 못 해주더라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다만 얼마라도 도와야할지 고민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여행업협회(KATA) 여행정보센터 여행사 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여행사 폐업 건수는 767건, 휴업 건수는 160건으로 집계됐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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