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요즘 들어 냄새를 추억하는 일이 잦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서일까? 문득 공항 냄새가 그리워질 때면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추억을 되새겨본다. 1년 만에 공항이 이토록 간절해질 줄이야. 


최근 비행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관광비행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난 14일 클룩과 진에어의 ‘미리 즐기는 홍콩원정대’에 참여하기 위해 1년 만에 인천공항을 찾았다. 항공사 카운터에 가까워질수록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일상적이었던 공항의 풍경이 펼쳐졌다. 단연 돋보이는 건 캐리어였다. 짐이 필요 없는 무착륙 비행임에도 불구하고 캐리어를 가지고 온 고객도 있었다. 탑승 후에는 승객과 함께 하는 OX퀴즈, 승무원의 노래 공연 등 기내 이벤트가 이어졌다. ‘미리 떠나는 홍콩’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상공에서 맛보는 중화식도 일품이었다. 오각으로 미리 즐기는 홍콩다웠다. 


하지만 어찌 첫 술에 배부르랴. 창밖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이 주된 체험 요소인 만큼 통로 자리에 앉은 승객은 바깥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고, 앉은 방향에 따라 전망이 달라 서로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넌지시 옆자리 승객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2022년까지 사용가능한 홍콩행 항공권이 제일 만족스러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떡보다 콩고물에 관심이 쏠린 셈이다. 팬데믹 여파로 생겨난 이색상품인 만큼 관광비행은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관광비행은 계속될 수 있을까? 혹자는 모두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상공을 비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여행업은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는 했지만 몇 차례 상품을 진행하면서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을 테다. 최근 정부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추진하면서 국제 운항 및 면세 혜택이라는 새로운 카드도 얻었다. 다시 여행이 정상화되는 날까지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해 날갯짓을 이어갈 때다. 앞으로 등장할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해본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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