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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 위기 속 예견을 통한 통찰력 중요
거미줄 영업이 아닌 고객 맞춤형 서비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인적자원 경쟁력을 강화해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8월19일부터 11월25일까지 여행업 종사자 8,500명을 대상으로 직무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한다. 직무역량강화, 변화관리, 미래인재육성, 관광통역안내사 역량강화 4개 테마의 교육이 전액 무료로 진행되며, 여행업 역량강화교육사업 홈페이지(www.edu-kata.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직접 직무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해봤다. <편집자 주>

 

●포스트 코로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카이스트 이경상 교수

카이스트 이경상 교수는 미국 솔뱅 지역과 스타벅스 리저브 상하이점을 고객에게 단순한 관광이나 쇼핑이 아닌 경험을 선물하는 예로 들었다
카이스트 이경상 교수

위기는 곧 기회다


중국 속담 중에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태풍이라는 돌발적인 위험이 다가올 때 길목에 서 있으면 태풍이 어느 경로로 움직이는지 살펴볼 수 있다. 힘들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미래를 보는 3가지 방식이 있다. 바로 예측, 예지, 예견이다. 예측은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 미래를 예상하는 방식이고, 예지는 이론적 근거 없이 추측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국지적인 위기는 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적 교류가 멈추고, 경제난을 겪은 적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 IMF 등과 비교 불가능한 전례 없는 위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바로 ‘예견’이다. 흐름을 살피며 태풍의 진행 방향을 파악해야 한다. 예견을 통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 관광업계가 멈춰 섰다. 우리나라는 도시 봉쇄 없이 합리적으로 코로나19를 잘 통제하고 있는 나라다. 방역 조치를 통해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중국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차원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통제 수준으로 미뤄봤을 때 1~2년은 지나야 우리나라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우리는 태풍의 길목에 서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있다. 향후 관광이 재개됐을 때 세계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솔뱅 지역 /여행신문 CB

여행은 스토리와 총체적 경험


지금은 ‘치즈 슬라이스 위기’다. 치즈를 조금씩 잘라먹다 결국은 치즈 전체가 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2~5년에 걸친 장기 경기 침체에 들어가면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실업자들이 증가하게 된다.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으며 중산층 구매력 약화를 불러온다. 새로운 서비스와 마케팅을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기업의 본질은 나의 고객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이동하느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행상품은 레디메이드 형태로 모든 고객에게 공통된 경험을 줬다. 앞으로는 고객 중심으로 면밀하게 ‘당신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구독경제도 관광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겠다.  


관광은 지금까지 거미줄을 쳐놓고 고객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리는 거미줄 영업 방식을 취해왔다. 한 번 거미줄에 걸려든 고객들은 여행상품을 이용하고 떠나버린다. 일회성이 아니라 고객과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경험 기반으로 경험을 선사하는 ‘이동 행복 사업’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 호텔 투숙객이 목디스크로 다른 베개를 요청한 적이 있을 때, 재방문 시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미리 준비해둘 수도 있다. 고객 편의와 만족을 중심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관광은 총체적인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미국의 덴마크라고 불리는 솔뱅(Solvang)이라는 지역이 있다. 이 마을의 슬로건은 ‘즐거움을 만드는 기술’이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호텔도 있고, 울퉁불퉁한 바닥과 덜컹거리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은 아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 시절 덴마크를 체험하러 왔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디자인 하며 방문객들로 하여금 단순히 마을을 관광하기보다는 스스로 즐거음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게끔 만든다. 고객에게 경험을 선물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바로 커피계의 디즈니랜드라고 불리는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다. 알리바바와 스타벅스가 제휴해 곳곳에서 AR, VR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보다 물건을 사고, 경험하기 위해 온 고객들이 훨씬 많다. 관광은 스토리와 총체적 경험이다.

카이스트 이경상 교수는 미국 솔뱅 지역과 스타벅스 리저브 상하이 로스터리를 고객에게 단순한 관광이나 쇼핑이 아닌 경험을 선물하는 예로 들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 캡처

건강 프로토콜은 필수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국가 및 지역에 초점을 맞추자. 단순히 현재 상황만을 볼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한 국가 내에서도 안전한 지역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국가와 지역의 통계현황을 잘 분석한 뒤 안전한 여행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건강 프로토콜은 관광의 필수요건이 됐다. 블록체인 등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술로 항체 보유 여부 등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고 관리하면 어떨까. 방역에 뛰어난 국가 상호간에 안전 증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PCR 검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추가 검사를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긴급조치는 어떻게 취할 것인지 프로세스도 있어야 한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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