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올해는 유독 이별에 마음이 아팠다. 떠나가는 이와 붙잡지 못하는 이의 안타까운 심정이 교차한 한해였다. 코로나19로 여행은 멈췄고, 주변에서 늘 함께 했던 여행인 여럿이 하나둘 떠났다.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마음이란 이런 걸까. 


국제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항공산업과 직·간접적인 일자리는 약 5,000만개로, 이중 올해 코로나19 위기에 따라 2,300만개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연관된 산업까지 확장하면 숫자는 어마어마해진다. 하지만 이런 위기감은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미 주변에는 다른 업계로 이직한 사람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자격증 취득이나 공무원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류센터나 배달 대행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다 업계가 회복되면 돌아오겠다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여행인들의 이동은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모양이 됐다. 


돌아보면 여행업은 언제나 외부 변수와의 싸움이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2001년 9.11 테러사건, 2003년 사스, 2009년 세계금융위기를 비롯해 신종플루와 메르스, 일본 대지진 등 손을 쓸 수 없는 각종 질병과 사고로 인해 쓴맛을 봤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면 여행산업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지금까지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위기 뒤엔 반드시 기회가 찾아왔고, 한바탕 진통을 겪고 난 후엔 달콤한 보상이 뒤따랐다. 


최근 일본 여행업계가 유휴인력 수백 명을 전자제품 기업 노지마로 잠시 파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존의 소속을 유지하되 6개월에서 1년 동안 다른 기업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급여도 이전 수준만큼 보전해주는 조건이다. 당연히 시장이 회복되면 돌아올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다.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고용을 유지하는 차원의 대안이지만 분명 인적 자산을 잃지 않겠다는 속내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동과 교류는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믿음도 깔려 있다. 지난달 백신 개발 소식과 함께 벌써 여행주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여행업에 대한 가치는 분명하고, 그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고생 끝엔 분명 낙이 온다는 사실을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별은 이제 그만.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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