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논란 불구 자리잡은 ‘트레이스투게더’
4,500원이면 가입하는 외국인 대상 코로나19 보험

SingapoReimagine(다시 만나는 싱가포르) 미디어 간담회
SingapoReimagine(다시 만나는 싱가포르) 미디어 간담회

안전여행패스는 격리조치 없이 싱가포르 내 사업수행과 여행이 가능하다는 허가서

 

싱가포르 입국 절차와 허용범위는 어떨까.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은 상호 녹색통로(Green Lane) 혹은 신속통로(Fast Lane)로 필수적인 비즈니스 목적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싱가포르는 9월4일부터 기업인과 공무원 등 필수 인력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했다. 

 

싱가포르 입국을 위해서는 첫째, 싱가포르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발급해준 안전여행패스(Safe Travel Pass)를 받아야 한다. 둘째, 출국 72시간 이내 코로나 19 검사를 실시한 후 음성결과가 포함된 건강상태확인서(영문)를 제출해야 한다. 셋째, 싱가포르 도착 전 SG Arrival Card(모바일 앱)를 통해 건강상태와 여행이력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넷째, 싱가포르 도착 후 입국 심사 시 한국에서 발급받은 건강상태확인서, 안전여행패스 허가서, 귀국행 항공권과 예약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창이 공항에 마련된 검사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허가받은 숙소에서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공항에서 받는 코로나19 검사 비용은 약 200~300 싱가포르 달러(약 16~24만원)다.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에는 사전 배정된 차량만 이용해야 하며, 협의된 일정 이외의 동선은 허락되지 않는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48시간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하나 실제론 8시간 이내 판독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안전하다는 확인이 완료되면 정해진 일정 하에서의 여행이 가능해진다. 

트레이스투게더의 모바일 앱 화면과 토큰 착용모습
트레이스투게더의 모바일 앱 화면과 토큰 착용모습

#1  싱가포르 방역의 핵심,  트레이스투게더 TraceTogether


그럼 싱가포르 내에서 여행하는 동안 방역은 안심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모임 자체가 많이 줄었다. 쇼핑몰이 밀집한 오차드 로드와 대규모 축제인 디파발리가 진행 중인 리틀 인디아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보다도 방역 지침에 한층 철저히 따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관광명소에서는 1미터 이상 거리두기가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손을 닦는 살균 티슈를 충분히 나눠줬으며, 식사 전 본인 식기를 한 번 더 닦을 수 있게 식기용 살균 티슈를 주는 곳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코로나19 추적 앱인 트레이스투게더(TraceTogether)에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12월부터 싱가포르 모든 국민과 방문자에게 트레이스투게더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전국민과 방문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디바이스인 휴대폰과 앱을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해 코로나 19 방역에 나선 것은 싱가포르가 최초다. 지금까지는 우리와 비슷하게 공공장소와 상점을 출입할 때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고 방문기록을 남기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12월부터는 모두 트레이스투게더로 대체한다. 정부가 싱가포르 내 모든 사람의 동선 기록을 관리해 철저한 방역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트레이스투게더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휴대폰에 트레이스투게더 앱을 설치한 후 블루투스를 활성화해서 동선이 노출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블루투스를 통해 가까이 있는 휴대폰 사용자들과 통신하고 근처에 확진자가 있을 경우 이용자들에게 알려준다. 2미터 이내 30분 이상 접촉한 사람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다. 트레이스투게더를 사용하면 지난 14일간 밀접 접촉한 사람을 파악하기 쉬워 즉각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감염 경로를 파악함으로써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고 추가 확진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모바일이 없는 경우 USB처럼 생긴 작은 웨어러블 장비인 ‘토큰(TraceTogether Token)’을 필수적으로 지니고 다녀야 한다. 토큰은 트레이스투게더 앱의 실물 버전이다. 싱가포르에 거주하거나 방문하는 사람 누구든 트레이스투게더 앱이나 토큰 둘 중 한가지를 사용해야 한다. 싱가포르에 입국하면 별도 부스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으며, 목걸이 형태로 되어 있어 늘 걸고 다니게 된다. 입장하는 곳마다 토큰 뒷면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된다. 출국할 때까지 소지해야 하며 출국 시 공항에서 반납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 우려는 없을까? 


실제로 트레이스투게더가 처음 배포된 지난 6월, 싱가포르 정부 게시판에는 ‘토큰 사용을 철회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이 올라와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할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트레이스투게더 홈페이지를 통해 ‘GPS 위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며,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없다’고 밝히고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에 관련해 TravelRevive 전문가 세션에서 여행기술 전문가 기업인 아마데우스, 미케(Mieke De Schepper)부사장의 발언은 참고할 만하다. “현재 해외여행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자가격리”라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해소가 뒷받침되어야 여행산업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정부간, 이해관계가 다른 기관간의 기술적 협력이 필요하며, 정부-개인간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여행자들의 건강상태와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되, 사생활 침해를 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정부간, 정부-개인 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위기를 극복하고 관광산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단, 수치상으로는 트레이스투게더가 코로나19의 감염자 수를 줄이는 데 매우 유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보건부의 자료에 따르면, 트레이스투게더가 보급된 이후 확진자가 줄기 시작해 11월엔 일일확진자 수가 한자릿수 이하로 기록되고 있다. 격리(isolation)는 완화하되 추적(traceability)은 강화해 침체된 여행산업을 살리고, 감염 역학관계를 철저히 파악해 감염자 수를 줄인다는 싱가포르의 방침이 효과를 본 것이다. 트레이스투게더가 코로나19 방역의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다면 다른 국가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여행자는 저렴한 코로나19 보험 가입 가능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여행자 보험도 내놓았다. 창이 공항 그룹(Changi Airport Group)과 싱가포르관광청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자는 코로나19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AIG, CHUBB, HL보험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보험에 가입하면 코로나 19 관련해 입원하거나 검사, 치료를 받으면 최소 3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2,5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5.35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4,500원·세금포함)에 불과하다. 각 보험사 웹사이트를 통해 개인이 가입할 수 있다. 여행객 대상 보험은 향후 싱가포르 여행 활성화는 물론 확진자 치료에 드는 정부의 부담 해소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  위생과 안전에 대한 공공인증제도 ‘SG클린 캠페인’ 


싱가포르는 2월부터 SG클린(SG Clean)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내 공공장소와 식당을 포함한 사업체 중에서 위생 관리가 철저한 곳에 부여하는 인증제도다. 위생 기준 체크리스트에 부합한 시설만 SG클린 마크를 받을 수 있으며 요구 사항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체온 측정과 소독제 사용은 기본이고, 디지털 체크인을 모니터링, 거리 간격 유지를 위한 바닥 스티커 부착 등이 체크리스트에 포함된다. 관광명소 중에서는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등을 포함해 여러 대표 명소가 SG클린 마크를 받았다.   

싱가포르의 녹색비전을 실현한 대표 명소, 쥬얼창이
싱가포르의 녹색비전을 실현한 대표 명소, 쥬얼창이

 

●싱가포르관광청의 새로운 캠페인, SingapoReimagine


해외여행이 완전히 재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관광 수요에 대한 전망은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관광청의 시장조사기업인 입소스(Ipsos)가 대한민국을 포함한 14개국을 대상으로 올해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관광 목적 및 BTMICE (Business Travel and Meetings, Incentive Travel, Convention and Exhibitions) 여행자들은 싱가포르가 ‘방문하기에 안전한 여행지’라는 인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사에 의하면, 관광 목적 방문자 76%와 BTMICE 방문자 90%는 향후 12개월 안에 해외 여행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싱가포르관광청은 새로운 캠페인을 발표해 미래 관광산업의 방향을 제시했다. 


하이브리드 스튜디오에 마련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싱가포르관광청은 ‘SingapoReimagine(다시 만나는 싱가포르)이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발표했다. 싱가포르관광청 창 치 페이(Chang Chee Pey) 부청장은 “코로나19는 관광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산업을 재설정(reimagine)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현지 뿐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와 전략을 창조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관광청의 SingapoRe imagine 캠페인은 코로나시대 관광산업을 이끌어 갈 키워드로 안전, 기술, 친환경을 꼽았다. Reimagine Safety(다시 만나는 안전)는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엄격한 위생 관리 기준을 통과한 업소에만 부여하는 싱가포르 표준 안전인증제도인 SG클린 등이 이에 속한다. Reimagine Technology(다시 만나는 기술)는 다양한 분야의 제로 컨택트 기술과 추적 장치인 트레이스투게더 앱 등을 통해 코로나 19로부터 안전한 여행을 지원하며, 로봇과 가상체험 등을 활용해 안전하면서도 재미있는 여행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내용이다.

 
지속가능한 도시 여행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싱가포르는 Reimagine City & Nature(다시 만나는 도시와 자연)도 강조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거대한 그린 쇼핑몰인 쥬얼 창이(Jewel Changi),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와 같은 관광 명소는 모두 싱가포르의 녹색 비전을 실현한 성공작이다. 향후 10년간 싱가포르는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로 탈바꿈하기 위해 주롱 호수 지구(Jurong Lake District Tourism Development)를 지속가능성이 뒷받침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여행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만다이구역(Mandai Precinct)은 새로운 자연친화적 볼거리와 주거공간을 선사하는 세계적인 에코테마 클러스터로 거듭난다.  


싱가포르관광청 써린 운(Serene Woon) 한국사무소 소장은 “해외여행에 대한 제약이 여전히 많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관광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히며, “안전을 특히 중요시하는 한국 여행객들의 요구에 맞게 싱가포르는 한층 강화된 건강 및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글·사진=김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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