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3단계 되면 비행기 탈 수 있어?” 며칠 전 지인이 물어왔다. 문득 궁금해져 보건복지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찾아봤다. 3단계로 격상되면 KTX, 고속버스 등은 50% 이내로 예매 제한이 권고되지만, 항공기는 제외다. 별도의 지침이 마련되지 않는 한 비행기는 탑승 여부도, 인원도 제한되지 않는 셈이다. 아뿔싸, 순간 멍해졌다. 기차나 버스에 대해서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고민이 비행기를 만나 발생하고 만 것이다. 우리에게 비행기는 일상이 아닌 ‘여행’의 한 부분으로 특별하게 느껴져서일까. 


여행은 다소 억울(?)하다. 비록 최근 골프장·스키장 발 확진 사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종교시설·주점 등 다른 분야에 비하면 여행으로 인한 감염 사례는 많지 않다. 물론 확진자 수라는 한 가지 요소만 가지고 위험성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정부의 소비할인권 사업에서도 여행업은 가장 늦게 지원을 받았고, 대중들에게도 여행은 곧 ‘방역의 적’이라는 취급을 받지 않았던가. 다수의 여행업 종사자들이 여행에 대한 인식 개선을 중요 과제로 꼽는 이유다. 팬데믹 상황에서 ‘밀집’ 자체가 위험 요소로 지목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더불어 개인의 방역 수칙 준수를 거듭 강조한다. 문득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코로나라는 굴에서도 위생만 철저히 하면 충분히 살 수 있다. 


부정적 인식 속에서 여행업계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속해왔다. 정부의 지침이나 권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상품을 취소하는 움직임만 봐도 그렇다. 남해안 연안크루즈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 취소도 한 예다. 한 크루즈 선사 관계자는 “안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홍보하려고 했지만 기회조차 오지 않아 답답”하다며 하소연했다. 오히려 여행업계는 코로나19에 가장 빨리 대응하고, 끊임없이 스스로 방역 지침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지 않나. 


어쩌면 여행업은 꼬박 1년간 3단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매출에서도, 고객의 인식에서도. 방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되 여행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니까.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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