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행산업 되돌아 보니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여행산업에도 전대 미문의 치명타를 날렸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에 처한 2020년 여행산업을 되돌아봤다.

 

●코로나19, 여행을 집어삼키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여행업계는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그러나 1월20일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했고,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과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때처럼 3~4개월 정도면 해결될 것이라는 초기 기대와는 달리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여행산업에 미친 악영향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3월 이후부터 모든 여행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여행산업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규모는 전년대비 -99%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이에 따라 항공사와 선박사, 여행사, 랜드사, 호텔 등 관광사업체 대부분 존폐 위기로 내몰렸다. 갑작스러운 항공 운항 중단과 정부의 여행자제 권고 등으로 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예약취소와 취소수수료 부과, 환불을 둘러싸고 항공사-여행사-소비자 간의 갈등이 불거져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사업 전략들도 차질을 빚었다. 아시아나항공과 HDC 간 M&A 협상이 결국 결렬됐고, 아시아나항공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도록 결정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하지만 완성되면 한국 항공산업 구조는 대대적으로 재편된다. LCC 간 인수합병도 차질을 빚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 했던 제주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여행산업 침체에 따라 결국 포기했고, 이스타항공의 M&A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2020년 시장 정착과 진입을 노렸던 한국의 신생 LCC 3개사도 제대로 날지 못했다. 플라이강원은 첫 취항 이후 곧바로 코로나19 역풍을 맞아 고전하고 있고, 신규 취항을 준비했던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는 언제 날개를 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행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2월 사모펀드 IMM으로부터 1,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도전을 선택했지만, 뒤이어 닥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생존을 위해 필수인력만 남긴 채 직원 대상 무급휴직을 실시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휴직과 구조조정 등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기는 다른 여행사들도 마찬가지다. 중소 업체의 경우 아예 영업을 중단한 채 개점휴업 상태로 버티고 있으며, 전국 2만여 개 여행사 중 약 1,000곳이 폐업하는 등 여행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 직전에 처했다. 2019년까지 계속 늘었던 여행사 숫자도 2020년 들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KATA는 11월27일 14일 자가격리 조치 완화 등 3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KATA
KATA는 11월27일 14일 자가격리 조치 완화 등 3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KATA

●유례없는 지원과 대응도 역부족


정부와 지자체도 고사 위기에 처한 여행산업 보호를 위해 유례없는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최초로 여행업과 항공운송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 등을 위한 특별 지원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11월 들어서는 직원 고용 유지를 포기하고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여행사가 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9만명에 달했던 여행사 종사자 수도 급격히 줄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사 역시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등에도 불구하고 직원 대부분을 휴직 처리하는 등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로부터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사업체 대표들은 직원 뿐 아니라 사업체 존속을 위해 경영주를 지원할 필요가 높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정부는 국내여행을 활성화시켜 여행사 생존을 돕기 위해 ‘여행상품 선구매 할인’ 사업과 숙박시설 할인 사업 등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사업이 중단돼 힘이 빠졌다. 여행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었다. 서울시가 위기에 처한 여행사와 호텔, MICE 업체를 선정해 500만원씩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여행산업 지원에 나섰고, 정부도 여행사를 포함한 소상공인 영세업체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코로나19로 존폐 위기에 놓인 사업체들에게는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참좋은여행 여행상품 예약페이지
참좋은여행 여행상품 예약페이지

●새로운 시도와 변화로 위기 대응


코로나19는 여행산업 전반을 변화시켰다. 관광박람회와 전시회, MICE가 언택트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 빠르게 전환됐고,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행사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행사도 일반화됐다. 해외 관광청들도 온라인을 통해 가상 팸투어를 실시하거나 이벤트를 열어 코로나19 시대 돌파구를 모색했다. 항공사와 여행사도 국내여행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국내선 운항을 늘린 덕분에 10월 들어 국내 항공사들의 국내선 여객실적은 전년수준을 넘어섰으며, 막힌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택한 여행자들 덕분에 국내상품을 강화한 여행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도 했다.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홈쇼핑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빈자리를 국내 호텔과 국내여행상품이 채웠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많았다. 백신 개발 소식과 함께 참좋은여행이 11월 중순부터 해외여행상품 예약을 받기 시작했고 하나투어·모두투어 등도 그 뒤를 따라 2021년을 기약했다. 목적지 없는 관광비행 상품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선 운항에 이어 정부는 12월 들어 국제선 무착륙 관광비행도 허용해 각 항공사들이 일제히 운항에 나섰다. 해외여행에 목말랐던 소비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나마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지만, 12월 들어 제3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이 취소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스톱 됐던 상황과 비교하면 2020년 연말 여행산업은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소나마 활기를 띠었다.    


여행산업 협회와 단체들도 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냈다. 11월 들어 전국 17개 관광협회와 여행업협회 등이 공동으로 정부와 국회에 여행업 생존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으며, 11월26일에는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국제관광 교류의 결정적 걸림돌인 해외 입국자에 대한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개선할 것과 방역수준이 우수한 해외국가와의 트래블버블 시행을 검토해 달라고 직접 건의하기도 했다. 


비록 겨울철 제3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여행은 다시 숨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지만, 해외 주요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우리나라의 접종 계획 윤곽도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곧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김선주 기자 va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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