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있어 일본여행] 오감이 알아보는 짜릿함
[기다리고 있어 일본여행] 오감이 알아보는 짜릿함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1.01.06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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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iences in JAPAN Outdoors
나가사키현 미나미시마바라 돌고래 와칭
나가사키현 미나미시마바라 돌고래 와칭

오감이 먼저 반응한다. 일본은 다양한 기후를 바탕으로 광활한 자연을 자랑한다. 하늘을 향해 끝을 모르고 우뚝 솟은 산과 아득히 흘러가는 넓은 바다. 두 눈에 다 담기지 않는 웅장한 절경이 가득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넋 놓고 바라보자니 어느새 마음을 빼앗긴다.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다가도 오히려 평안이 찾아온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서 일까.


자연을 마음껏 즐기는 발칙한 방법이 있다. 바로 온몸으로 부딪히기. 수천 년간 자리를 지켜 온 나무 사이를 탐험하며 온몸으로 자연의 물기를 머금어보자. 깊숙이 들어차는 맑은 공기에 머리까지 정화된다. 청정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를 따라 신나게 달려보는 건 어떨까. 푸른 물빛과 상쾌한 바람이 어우러진다. 1년 내내 다양한 액티비티가 알차게 펼쳐지니 아웃도어 액티비티 매니아라면 사계절을 탐낼 수밖에. 언제까지고 바라만 보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하다.이젠 힘차게 뛰어들 때다.


●원령공주의 숲
야쿠시마


풍부한 강수량 덕에 나무들이 천 년이 넘게 이곳을 지킬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야쿠시마는 촉촉한 푸르름을 간직한 곳이다.  

바둑알 같은 바위들이 신들의 대국을 연상케 한다
바둑알 같은 바위들이 신들의 대국을 연상케 한다

신들의 대국, 미야노우라다케


야쿠시마 트레킹 주요 루트는 조몬스기, 미야노우라다케, 윌슨그루터기, 이끼의 숲이다. 단연 으뜸인 조몬스기는 일본어로 선사시대를 뜻하는 ‘조몬’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다. 그 덕에 야쿠시마를 찾는 이들 대부분 조몬스기에 대한 환상이 있다고. 1993년 일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으니 절경은 이미 입증된 셈. 

야쿠시마에는 천 년 넘은 나무들이 가득하다
야쿠시마에는 천 년 넘은 나무들이 가득하다
야쿠시마를 탐험하는 등산객들
야쿠시마를 탐험하는 등산객들

먼저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미야노우라다케로 향해볼까? 요도가와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표고차가 채 600m도 안 되지만 방심은 금물. 길게는 10시간까지 걸어야 하니 만만히 봤다가는 저질 체력을 원망하게 된다. 어느새 후드득 빗줄기가 떨어진다. ‘한 달에 35번 비가 온다’더니 이렇듯 온몸으로 체감하게 될 줄이야. 도중에 만나는 하나노에고는 빗물로만 이뤄진 일본 최남단 고원 습지다. 주변에는 선 채로 하얗게 말라버린 고목들이 산재한데, 몇백 년이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바위들이 정상 주변에 바둑알처럼 놓여있다. 마치 신들의 대국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면 숙박이 가능한 다카츠카 산장이 나온다. 무인산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꿈에서도 야쿠시마 트레킹을 해본다. 

쉬어갈 수 있는 다카츠카 산장
쉬어갈 수 있는 다카츠카 산장

산의 정령, 조몬스기


웬만한 광각 카메라로도 담아낼 수 없는 압도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조몬스기는 높이는 25m, 몸통 둘레는 16m가 넘는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눈이 쌓여 부러진 가지 일부만 해도 길이가 5m, 직경 1m, 무게가 1톤에 달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탄소측정법에 의하면 무려 2,000년을 넘게 살았다. 수천 년간 홀로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주변의 생명들을 지켜봤을 테다. 조몬스기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하고 있자니 왠지 모를 먹먹함과 감동이 밀려온다. 

차례로 윌슨그루터기, 시라타니운수계곡, 오오카부보도. 야쿠시마 트레킹의 신비함을 더한다
차례로 윌슨그루터기, 시라타니운수계곡, 오오카부보도. 야쿠시마 트레킹의 신비함을 더한다

야쿠시마는 천 년이 넘는 고목들이 많다. 그중 수령 2,000년으로 추정되는 윌슨그루터기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약 300년 전에 베어져 그루터기만 남은 이 나무는 1914년경 미국 식물학자 아네스트 헨리 윌슨 박사가 우연히 발견해 그의 이름을 본 땄다고. 텅 빈 그루터기 안에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어 낭만을 더한다. 윌슨그루터기를 지나면 좁은 열차 궤도가 이어진 오오카부보도를 걷게 된다. 발이 빠지지 않도록 보행용 판을 설치해 놓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철로 옆으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커다란 나무를 쉽게 옮기기 위해 놓은 철길이니 야쿠시마 사람들에게는 그저 약탈의 수단에 불과했을 터. 하지만 시간이 지나 철길 주변의 삼나무들은 자신을 베어내고 실었을 철로 옆에서 이끼를 덮은 채 어우러지고 있었다. 

수령 2,000년의 조몬스기
수령 2,000년의 조몬스기

이윽고 <원령공주> 실제 배경인 시라타니운수계곡에 도착했다. 원령공주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시라타니운수계곡을 지나 조몬스기를 살펴보며 실사를 다녀왔고, 야쿠시마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녹여냈다. 촉촉한 이끼 숲을 바라보고 있자니 당장에라도 원령공주가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Tip 야쿠시마 트레킹 언제가 좋을까? 

야쿠시마는 연중 비가 온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간 강수량이 평지만 해도 도쿄의 3배인 4,500mm인데, 산간지대로 올라가면 약 7,500mm에 달한다. 3~5월과 10~12월 중순이 비교적 날씨가 맑을 확률이 높아 걷기에도 좋다. 


●돌고래와 짜릿한 질주  
나가사키 미나미시마바라


여행 중 야생동물과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이 뛴다. 
하야사키 해협에서는 야생 돌고래와 신나게 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이 펼쳐진다. 

돌고래와 함께 달리는 특별한 경험은 짜릿하다
돌고래와 함께 달리는 특별한 경험은 짜릿하다

돌고래 와칭 성지


성공 확률 90% 이상인 돌고래 와칭 프로그램이 있다고? 궁금하다면 나가사키현 미나미시마바라와 구마모토현 아마쿠사를 잇는 하야사키 해협으로 향해보자. 아리아케해 입구에 위치한 하야사키 해협은 약 400마리의 돌고래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 곳이다. 미나미시마바라 혹은 아마쿠사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나가면 바다 위로 얼굴을 빼꼼 내미는 돌고래를 마주할 수 있다. 1년 내내 돌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돌고래들이 반갑다는 듯 배를 따르기도 하고 앞서기도 한다. 야생 돌고래 떼와 함께 바다를 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승선 인원에 제한이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걸 추천. 소요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로 오고 가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돌고래를 마음껏 볼 수 있다. 눈으로 담다 문득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져 휴대폰을 집어 든다. 날씨도 좋고, 물도 깨끗하고. 유영하는 돌고래를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으니 이토록 행복할 수가.

돌고래 와칭을 떠날 보트
돌고래 와칭을 떠날 보트

쿠치노츠 관광선 기업 조합
주소  5771-1 Kuchinotsuchōtei, Minamishimabara-shi, Nagasaki-ken 859-2503
홈페이지  www.dolwatch.jp 
가격  성인 3,000엔, 어린이 2,000엔, 유아 1,000엔


●끝없이 이어진 설벽  
호쿠리쿠 다테야마


호쿠리쿠 다테야마에는 산간 도로를 따라 새하얀 설벽이 펼쳐진다. 
웅장한 절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18m에 달하는 거대한 다테야마 설벽
18m에 달하는 거대한 다테야마 설벽

일 년에 딱 두 달


도야마현 다테야마는 세계적으로도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무려 연평균 7m가 내린다고. 일본인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눈밭을 가로지르는 길을 만들었다. 설벽을 만들기 위해 도로 곳곳에 GPS를 감지할 수 있는 긴 봉을 세워놓고 겨우내 눈이 쌓이기를 기다린다. 이듬해 3~4월 집중적으로 눈을 파내면 마침내 다테야마의 명물인 설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관광객들은 일 년에 딱 두 달 거대한 설벽을 만날 수 있다. 

직접 설벽을 만져보며 천천히 거닐었다
직접 설벽을 만져보며 천천히 거닐었다

설벽을 만나기 위한 여정은 다테야마역에서 시작했다.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7분 정도 오르면 해발 977m의 비조다이라역에 도착한다. 설벽까지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고원버스로 갈야타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18m에 이르는 설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봄과 초여름이 간직한 싱그러운 초록과 하얀 눈이 나란히 어우러진 모습이 낯설면서도 조화로웠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를 다테야마에서 찾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설벽으로 향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설벽으로 향한다

버스는 계속 달린다. 50분쯤 지났을까? 일본에서 가장 높은 해발 2,450m의 무로도역이 등장한다. 본 게임은 여기부터다. 차에서 내려 직접 설벽을 따라 걸을 수 있으니. 눈앞에 펼쳐진 화려한 장관에 오히려 두 눈을 의심하게 된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거대한 자태에 고개가 점점 꺾인다. 키의 10배는 거뜬히 넘을 웅장한 설벽 사이를 걸으니 발걸음마다 경외심이 솟아난다. 몇 걸음 더 내디디니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겨울왕국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다. 산책길은 500m. 괜히 발걸음을 재촉해보기도 하고, 눈 벽을 만져 보기도 한다. 찬란히 햇살이 빛나는 봄에 겨울을 만났다. 동화 같은 세상 속에 머리도 마음도 새하얗게 물들었다. 

설벽으로 가는 길에 만난 귀여운 동물 인형들
설벽으로 가는 길에 만난 귀여운 동물 인형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운영기간  2021년 4월15일~11월30일(입장료 무료), 설벽은 4~6월
홈페이지  www.alpen-route.com/kr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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