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부터 실적·고용 등 모든 지표 마이너스
트래블버블·사업주 지원 등 전방위 대책 마련돼야

2020년은 여행업 역사상 가장 힘든 한해로 기록됐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의 백신 접종이 시작됐거나 임박하면서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여행사는 이에 발맞춰 2021년을 대비하고 있다.

●벼랑 끝 몰리자 예약 재개로 분위기 반전


2020년은 코로나19로 여행업 역사상 최악의 한해로 남게 됐다. 코로나19 탓에 1월말부터 중국 패키지여행이 무더기로 취소된 이후 전체 여행시장과 여행사가 셧다운 되기까지 채 2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규모와 상관없이 거의 모든 여행사가 2월부터 4월까지 취소 및 환불 문제로 소비자와 입씨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늦어도 9~10월이면 해외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던 연초의 기대와 달리 2020년 연말까지 해외여행 재개가 불가능해지면서 여행사 실적과 고용 등 각종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직원 고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3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비율이 상향되고 기간도 연장됐지만, 매출이 제로(0)에 가까운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대부분의 여행사가 고용유지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고용유지를 하더라도 무급으로 전환하며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일부 여행사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희망퇴직 등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며 휴폐업을 결정한 곳도 많았다. 


벼랑 끝에 몰린 주요 해외여행 전문 업체들은 2021년 해외여행 사전예약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참좋은여행이 가장 먼저 11월23일 ‘희망을 예약하세요’ 프로모션으로 포문을 열었고, 2주도 되지 않아 1만건 이상의 예약을 달성했다. 뒤이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12월 중순부터 2021년 패키지 및 숙박 상품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보물섬투어도 '행복충전'이라는 이름으로 1월4일부터 해외여행 사전예약을 받았다. 국내여행 전문 여행사는 올스톱된 해외여행과 인바운드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국과 비교해 확진자가 적어 국내여행은 중단되지 않았고, 이에 맞춰 여행사들은 소규모 여행과 캠핑, 트레킹, 장박 패키지 등의 특화 상품으로 위기 타개를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트래블 버블 등 점진적 시장 개방 절실 


여행사의 앞날이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희비를 가르는 건 결국 백신의 효력과 확진자 수, 트래블 버블, 입국 시 자가격리 기간 단축 등이 될 전망이다. 소규모 여행사부터 하나투어,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보물섬투어, 혜초여행 같은 중대형 여행사까지 2021년 출발 여행상품에 대한 예약을 받고 있지만, 정상적 출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큰 트래블 버블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기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백신 접종 시기를 고려하면 2021년 3분기 전후로 가능할 전망이다. 2020년 12월 정세균 총리가 밝혔듯이,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부터 2021년 2~3월에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 해외여행 주요 소비층인 20~50대의 백신 접종은 빨라도 4월 이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사는 이에 맞춰 ‘안전한 여행=패키지’라는 인식을 높이고 고객 데이터베이스 확보와 홍보마케팅을 위해 2021년 하반기부터 기획전 등을 통해 활동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전체 여행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특정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골프·휴양 장기 숙박상품 등이 다양한 형태로 출시될 수도 있다. 


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 3곳의 여행상품을 통해 2021년 위드코로나 시대의 해외여행 상품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교통·숙소 등의 품질을 높이다 보니 자연스레 최저가 경쟁은 사라지거나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끼리 같은 소규모 여행과 한달살기 등의 프리미엄 상품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높다. 국내 여행사의 플랫폼 강화 움직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패키지보다 개별여행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OTA와의 경쟁에도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미 노랑풍선이 2021년 1분기 내 OTA 통합플랫폼 론칭을 예고했다.


2021년에도 반 년 이상 수입 없이 계속 버텨야하는 여행사와 임직원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은 여전하다. 고용유지가 사실상 한계에 달한 만큼 사업주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 4대 보험 면제, 임대료 또는 사무공간 제공, 여행지원 사업 등의 다양한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소 규모 여행사의 경우 안전한 해외여행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국내여행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여행 상품의 경우 일찌감치 많은 업체가 소규모, 힐링·트레킹·언택트(비대면) 등 테마 여행에 집중해 온 만큼 강릉·부산·제주 등 전통적 강세 지역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목적지를 넓히면서 돌파구를 찾을 공산이 크다. 또 홈페이지 리뉴얼, SNS 활용도 제고, 상품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여행의 디지털화에도 신경 쓰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면 2020년 11월 3차 유행과 함께 중단됐던 각종 여행업 지원사업을 재개하거나 확대시행해 달라는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를 통한 여행 활성화를 위해 한국여행업협회(KATA) 등 관련 협회 및 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을 바라는 시선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업계 지원을 위해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 지원, 대한민국 숙박대전 이상의 사업을 발굴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높은 상황이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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