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순손실 2,203억원…적자 17배 증가
유일한 영업이익 낸 대한항공, '화물 부문' 선방
부동산 넘기고 인건비 줄여도 영업재개가 관건

지난해 여행업계의 실적은 처참했다. 항공사든 여행사든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너나할 것 없이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1년 내내 이어왔지만 어림없었다. 한해 전체 매출은 급감했고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주요 상장 여행사와 항공사가 최근 공시한 2020년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코로나19의 흔적이 역력했다. 가장 규모가 큰 하나투어의 매출액은 2019년 7,623억원 대비 82.17% 감소한 1,09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14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당기순손실은 2,203억원으로 2019년 대비 무려 17배 늘었다. 모두투어의 매출액은 약 532억원으로 하나투어와 비슷한 수준인 82.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나투어 매출액의 약 절반이지만 영업손실은 257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비교적 덜했다. 참좋은여행의 경우 매출액 약 126억원(-79.6%), 영업손실 약 1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1분기 실적이 포함된 수치라 2~4분기 실적만 두고 보면 피해 규모는 그 이상이다.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유일하게 적자를 면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7조4,050억원, 영업이익은 2,38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9년 대비 -40%, 영업이익은 17% 감소했으나 코로나19라는 사상 최악의 악재 속에서 얻은 결과라 유의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최근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항공사들의 적자는 60억~120억달러(한화 약 6조7,000억원~13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여객 부문 매출이 74%나 감소했지만 화물기 가동률을 높이고 유휴 여객기를 활용하는 전략으로 화물 부문 매출은 4조2,507억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66% 확대할 수 있었다. 또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으로 연료 소모량과 항공유 비용을 절감했고, 시설 이용료 감면, 직원들의 순환 휴업에 따라 영업비용을 2019년 대비 40% 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여행업계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투어는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중이며 본사 사옥의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다. 참좋은여행도 유급휴직을 마무리하고 오는 6월부터 8월까지 정부지원금이 없는 무급휴직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행업계는 근본적으로 해외여행, 즉 영업활동이 재개되어야 실질적인 실적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면 올해도 고통의 시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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