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3탄 강릉 + 속초 1박2일 下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강릉 중앙시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강릉 중앙시장

실내 여행지라고 얕봤다면 지금이야말로 겸허해질 때다.

 

무려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1956년, 제2시장이라고 불리던 지금의 강릉 중앙시장은 이름을 바꾸고 크게 번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차례의 폭우와 강풍, 화재에도 굴하지 않고 우뚝 서서 강릉의 상권을 이끄는 중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입구부터 지갑을 털어가는 무시무시한 에피타이저

강릉 중앙시장에는 고소한 튀김냄새가 마를 날이 없다. 입구부터 빼곡히 늘어선 먹거리와 지글지글 튀김소리에 일단 칼로리 계산은 접어뒀다. 중앙시장의 명물 중 하나인 호떡 아이스크림은 에피타이저로 딱이다. 갓 튀긴 따끈한 호떡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얹고 초코 시럽까지 아쉽지 않게 뿌렸다. 달달함이 혀끝을 강타한다. 입맛이 돋는다.

입구부터 지갑을 털어가는 무시무시한 에피타이저, 달달한 식혜에는 보들보들한 쌀알이 콩콩 떠있다, 북적이는 시장 속 피어나는 튀김 냄새
북적이는 시장 속 피어나는 튀김 냄새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맛집들이 즐비하니 좀체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칼국수집에서 멈칫, 커피콩빵집에서 멈칫, 하다가 결국 닭강정을 사기 위해 끝도 없이 늘어선 대기줄에 합류했다. 30분이 지나고서야 받아든 투박한 플라스틱 통 안에는 고슬고슬, 포슬포슬한 닭강정이 담겨있다. 바삭한 식감과 쫀득한 물엿의 맛이 감동이다. 토핑으로 올라간 풋고추 덕에 감칠맛은 배가 된다. 이미 두 손은 음식 봉지로 차고 넘치는데, 노오란 자태를 뽐내는 오징어튀김 앞에서는 또 다시 지갑을 열 수밖에. 달리 손 쓸 방도가 없다. 

달달한 식혜에는 보들보들한 쌀알이 콩콩 떠있다

마무리는 역시 깔끔하게 식혜가 좋겠다. 쌀알이 둥둥 떠 있는 시원한 식혜를 받아 들고 중앙시장을 벗어난다. 아까 김치말이 삼겹살도 한 꼬치만 먹을 걸. 호떡은 왜 두 개만 샀을까. 미처 맛보지 못한 음식들이 아른거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불룩해진 배를 쓸어 만진다. 미련하게 먹었어도, 미련이 남았다. 강릉 여행이 마무리됐다는 아쉬움과 함께.


강릉 글·사진=곽서희 기자 seohe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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